|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합니다. 그래서 어제저녁에 세종시에서 수원에 있는 집으로 올라왔고, 오늘 새벽에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 녀석과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딸을 데리고 목욕탕에 다녀왔습니다. 애들과 같이 목욕탕에 다녀오는 이 맛을 어찌 짧은 글로 다 나타낼 수 있을까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조금 전에 목욕탕에 있을 때가 생각나서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 내일 새벽에 다시 세종시로 갔다가 저녁에 올라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는 하지만, 주중에 이렇게 하루라도 집에 오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
어제 보내드린 편지에서 '만빵'을 소개했는데요. '만빵'이 아니라 '만땅'이라고 쓰지 않느냐는 말씀이 많으셨습니다.
'만빵'도 쓰고 '만땅'도 쓰는데요. 모두 일본말입니다. 만땅은 滿tank에서 온 말일 겁니다. 滿タン, まんタン[만땅]인거죠. 우리말로는 '가득'이라고 하면 됩니다.
예전에 보낸 편지를 붙입니다.
[기라성 같은 사람들 =>> 대단한 사람들]
요즘 제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을지훈련 중입니다. 어제는 제가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날이었죠. 아침에 상황실 일을 교대하고 있는데, 마침 높으신 분이 오시더니, “이번 근무조는 기라성 같은 사람들이라서 상황실이 잘 돌아가겠네!”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직원을 격려해 주시는 것은 좋은데, ‘기라성’이라는 말은 영 거슬리네요. ^^*
아시는 것처럼 기라성은 일본말입니다. 기라성(綺羅星, きらぼし[기라보시])에서, ‘기라(きら[기라])’는 일본어로 반짝인다는 뜻이고, 성(星)은 별입니다. 따라서 말 그대로 풀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 또는, 그런 실력자들이 늘어선 것을 비유하는 말이죠. 이렇게 일본말이 우리 생활주변에 남아있는 게 많습니다. 몇 개만 예를 들어보죠.
지금은 별로 쓰지 않지만, ‘지하철에서 쓰리 당했다’ 할 때, ‘쓰리(すり[쓰리])’는 ‘소매치기’라는 일본말입니다. ‘이번 회식비는 각자 분빠이 하자’할 때, 분빠이(ぶんぱい[분빠이])는 ‘分配’를 일본식 발음대로 읽은 것입니다.
야미(やみ[야미])라는 말은 ‘뒷거래, 뒤, 암거래’를 뜻하는 일본어고, 삐까삐까(ぴかぴか[삐까삐까])는 ‘번쩍번쩍 윤이 나며 반짝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일본어 의태어입니다. 유도리(ゆとり[유도리]) 대신 ‘융통성, 여유’를 쓰면 되고, 노가다(土方, どかた[도가다]) 대신 ‘노동, 막일’을 쓰면 되며, 무대포(無鐵砲, むてっぽう[무뎃뽀우]) 대신 ‘막무가내’라는 우리말이 있고, 찌라시(散らし, ちらし[찌라시]) 대신 ‘광고 쪽지’나 ‘광고지’라고 쓰면 됩니다.
차에 기스(傷, きず[기스])가 난 게 아니라 ‘흠집’이 생긴 것이며, 사장님에게 구사리(腐り, くさり[쿠사리])를 먹은 게 아니라 ‘면박’당한 것입니다. 차에 연료를 입빠이(一杯, いっぱい[잇빠이])넣거나 만땅(滿タン, まんタン[만땅]) 채울 필요 없이, ‘가득’ 채우면 됩니다.
며칠 전이 광복 60주년 이었습니다. 친일파 후손이 땅을 찾기 위해 내는 더러운 소송을 보면서 열만 받을 게 아니라, 내가 쓰는 말 가운데 나도 모르게 쓰고 있는 일본말은 없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하루로 보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