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금전에 제 일터 직원들에게 보냈던 편지로 우리말 편지를 갈음합니다. 이 편지 먼저 보내느라 우리말 편지가 좀 늦었습니다. ^^*
아침에 출근하다 보니 집앞에 있는 라일락 꽃이 진한 향을 풍기고 있더군요. 그 향기에 취해서 라일락 꽃 이야기를 보냅니다. ^^*
1. 라일락은 우리나라에서만 사는 수수꽃다리라는 꽃나무를 한 미국인이 미국으로 가져가서 품종을 개량하고 나서 ‘미스킴 라일락’이라고 이름을 붙인 겁니다. 우리나라 수수꽃다리는 하얀색이고, '미스킴라일락'은 보라색입니다. 생긴 것은 같습니다. 미스킴이라고 이름 붙임 것은 미국사람이 볼 때 한국에 가장 많은 성씨가 김씨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 꽃씨를 받는데 도움을 준 사람이 미스김이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꽃이 있는데 그것을 지키지 못해 지금은 그 꽃이 미국 꽃이 되어 세계 시장을 주름 잡고 있다는 것이죠. 우리는 로열티를 내고 그것을 사오고... 이게 기껏해야 50-60년 전 일입니다.
수수꽃다리는 수수에 꽃이 달린 것처럼 보이고, 수수모양으로 꽃이 달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멋지죠?
2. 꽃이나 식물의 품종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원종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특징의 원종이 많아야 새로운 품종을 만들고 개발하기 쉬운 것은 마땅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원종을 확보하고자 눈에 불을 켜고 있으며, 그래서 '종자전쟁'이니 '유전자원전쟁'이니 하는 말이 생긴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식품부 주관으로 골든 씨드 프로젝트라는 것을 하고 있습니다.(공약과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금값보다 비싼 종자를 만들겠다는 취지입니다. (이상, 농식품부를 담당하고 있는 부처 담당자가 말씀드렸습니다. ^^*)
3. 요즘 금 한 돈에 25만 원 정도 합니다. 한 돈이 3.75g이니, 금 1g에 대략 66,000원 정도 하는 꼴입니다. 그러나 지금 파프리카 씨앗은 1g에 98,000원입니다. 씨앗이 금보다 비싼 겁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유전자원(油田資源)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유전자원(遺傳資源)이 세상을 지배합니다.
4. 우리가 우리 유전자원을 지키지 못해 품종권을 빼앗긴 것도 많지만, 우리 고유이름을 빼앗긴 꽃도 많습니다. 에델바이스는 솜다리꽃이며, 클로버는 토끼풀이고, 선플라워는 해바라기이며, 아이리스는 붓꽃이고, 코스모스는 살사리꽃입니다. 가을에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흔들린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죠. 담쟁이덩굴을 아이비라고 해야 교양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베사메무초라는 노래에 나오는 '리라꽃'이 수수꽃다리인 라일락의 프랑스말이라는 것을 알고 가슴 아파하는 것이 더 교양있어 보입니다.
5. 노태우 대통령이 잘 부르셨다는 '베사메 무초'는 스페인어로 '나에게 키스해 주세요.'라는 뜻입니다. 베사메 베사메 무초, 고요한 그날 밤 리라꽃 피는 밤에~ 베사메 베사메 무초,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다오~~
라일락의 꽃향기는 첫사랑의 키스만큼이나 달콤하고 짜릿해서 이런 노래가 나왔을까요? ^^*
어쨌든, 서양식으로는 라일락, 중국식으로는 정향나무, 프랑스식으로는 리라꽃나무라고 부르는 게 모두 순수 우리말로는 수수꽃다리입니다.
수수꽃다리 꽃향기만큼 멋진 하루를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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