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날씨가 워낙 변덕을 부리는 바람에 감기가 쉽게 떨어지지 않네요. 오늘도 감기와 씨름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침에 우리말 편지를 쓰면서 여러 번 꼼꼼하게 본다고 보는데도 틀릴 때가 있습니다. 제가 몰라서 틀리기도 하고 실수로 잘못 적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자수해서 광명을 찾으려고 힘쓰지만, 죄송한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말 편지를 받으시면 노트에 옮겨 적으시면서 공부하신다는 분들이 꽤 많으십니다. 그런 분들께는 더 죄송하죠.
오늘은 미국에서 온 편지를 같이 읽고자 합니다. 이분은 아마 일흔이 넘으셨을 겁니다. 미국에 사시면서 우리말 편지를 받으시는데, 편지를 받으시면 꼼꼼하게 보시고 틀렸거나 다듬으면 좋을 곳을 찾아내 저에게 보내주십시오. 바로 그 편지입니다.
1. '교수가 되신 이동훈 박사는 10여 년 넘게 알고 지내는 분인데요.' 되신과 분인데요. 한 글월에 높임말을 하나만 쓸 때는 뒤에 쓰는 게 맞지 않나요? 그렇다면 높임말을 '분이신데요'에 쓰는 게 맞지 않나요?
2. '나라 안팎에서 수많은 고생을 하시다 이번에 늦은 나이에 교수가 되셨습니다.' 고생을 말할 때도 '수많은'보다 '꽤'나 '무척'을 쓰면 어떨까요?
3. '늘 새로운 것을 찾는 게 교수로 타고난 게 분명합니다.' 분명(分明)보다는 우리말로 '틀림없다'를 쓰면 어떨까요?
4. '두 가지 품사로 쓰이는데요.' 품사는 '씨'가 아닌가요? 입음움직씨 '쓰이는'보다 '쓰는'으로 쓰는 게 바르다고 저는 보는데요.
5. '이름씨(명사)로 쓰일 때는' 쓰일 때 -> 쓸 때
6. '가혹한 수탈에' '가혹한 수탈'에 -> 모질게 빼앗아 감에
7. '미터법에 의한 넓이 단위로' 의한 -> 따른, 단위 -> 낱자리, 하나치
8. '필기체가 아닌 정자 m입니다' 필기체 -> 손글씨(체), 정자 -> 바른글자
9. '대문자 M어깨에 2가 붙은 게 아니라 소문자 m어깨에 2가 붙어야 합니다.' 대문자 -> 큰글자, 소문자 -> 잔글자
모두가 깨끗한 우리말이지만 아직은 얼른 받아드리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성 박사가 앞장서야지 않을까요?
이렇게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이런 편지를 받을 때마다 지금보다 더 꼼꼼하게 다듬으면서 편지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고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