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놀금] 안녕하세요.
오늘이 일요일이라 느지막이 자전거로 나왔습니다. 실은 어제저녁에 차가 고장이 나서 수리점에 맡겨놨거든요.
냉각수가 보이지 않아 가져갔더니 당장 고쳐야 한다기에 그냥 두고 왔습니다. 수리비도 60만 원이 넘게 나올 것 같다고 합니다. 만만한 돈이 아니니 몇 군데 전화해서 알아보고 나서 고쳐달라고 해도 되는데, 자주 가는 곳이라 그냥 고치기로 했습니다. 설마 속이기야 하겠어요? ^^*
순 우리말에 '놀금[놀:끔]'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물건을 살 때에, 팔지 않으려면 그만두라고 썩 낮게 부른 값"이라 풀었고, 한글학회에서 만든 우리말큰사전에는 "물건을 팔 때 꼭 받아야 할 값."이라 풀었습니다. 엎어치나 메어치나 그 뜻이 그 뜻 같기도 한데 실은 반대의 뜻입니다.
파는 사람이 볼 때는, 세상없어도 받아야 할 가장 싼 값을 말하는 것이고, 사는 사람이 볼 때는, 안 팔면 말 셈으로 부르는 가장 싼 값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건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처지에서 그리 본 것입니다.
저도 어제 차를 고치면서, 수리비가 60만 원이 넘을 거라는 말을 듣고, 40만 원 정도로 깎았으면 어땠을까요? 싫으면 관두시라고... 다른데 가서 하겠다고... 세상 너무 매정하게 사는 게 되나요? 저는 그렇게 정 없는 사람이 아닌데......^^*
어렸을 때 일이 생각나네요. 어머니를 따라 가끔 시장에 가면, 어머니는 어떤 물건을 고르시고 주인에게 가격을 묻습니다. 얼마라고 대답하면, 그 값과는 상관없이 어머니가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달라고 합니다. 놀금을 놓으시는 거죠. 주인이 안 된다고 하면 조금 더 올려서 부르고, 그것도 안된다고 하면 거기에 조금 더 올려주고... 몇 번 올리다 어머니의 놀금이 잘 먹히지 않으면 제 손을 잡고 두말없이 돌아서셨습니다. 시장에서 다른 일을 보시고 느지막이 그 가게에 다시 들러 이번에는 조금 더 올린 값으로 놀금을 놓고 결국 그 값에 물건을 사셨습니다.
그러셨던 어머니가 지금은 잘 걷지도 못하십니다. 지난주에 저희 집에 오셨는데 몇 달 사이에 무척 늙으셨네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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