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7] 우리말) 희귀난치질환

조회 수 4193 추천 수 0 2013.06.27 11:17:32

불치병과 난치병이 다르고,
불임과 난임이 다르듯,
희귀병과 희소병도 다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뉴스에 '희귀병'이 많이 나오네요.
어제 보건복지부에서 '4대 중증질환 치료, 모두 건겅보험으로 해결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는데,
그와 관련된 보도인 것 같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희귀병과 희소병은 다릅니다.

희귀(稀貴)한 것은 드물어서 특이하거나 매우 귀한 것이고,
희소(稀少)한 것은 매우 드물고 적은 것입니다.
희귀나 희소나 드문 것은 같지만, 귀한 것은 희귀에만 들어갑니다.

따라서
희소병이라고 하면, 그런 병이 별로 없어서 고치기 까다로운 병을 뜻할 것이고,
희귀병이라고 하면, 매우 드물고 귀한 병이라는 뜻이 됩니다.
그런 병을 앓는 사람이 드물어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도 몰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그 병이 '귀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병은 희소할 수는 있어도 희귀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의사나 연구자가 보기에,
그런 사례가 정말 드문데, 
이번에 마침 내가 담당하는 환자가 그런 사례라서 연구하기에 매우 귀중한 병이라면
희귀병이라고 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억지로 만든다면요.
그러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희귀병이라 쓰면 안 된다고 봅니다.

이 편지를 쓰면서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뒤져보니,
보건복지부에서 '희귀난치질환'이라고 써서 보도자료를 냈더군요.

불치병과 난치병이 다르고,
불임과 난임이 다르듯,
희귀병과 희소병도 다릅니다.

나도 모르게 쓰는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늘 말조심하며 살 일입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희귀병과 희소병 모두 아직 사전에 오르지 못한 낱말입니다.
사전에 오르기 전에 바르게 쓰는 게 굳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세리머니가 아니라 뒤풀이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저녁 KBS2 1대100에서 최초의 우주여행객이 누구인가라는 문제가 나왔고 답이 '개'였습니다.

객(客)은 이름씨(명사)로는 찾아온 사람, 집을 떠나 여행길을 가는 사람을 뜻하고,
뒷가지(접미사)로는 "어떤 사람의 뜻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곧, 객은 사람에게만 씁니다.
따라서 최초의 우주 여행객은 개가 아니라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고,
우주선에 실려 지구 궤도에 발사되었던 세계 최초의 생물체는 Laika라는 이름의 개입니다.

어젯밤에 본 KBS2 상상플러스를 좀 들여다 볼게요.
뭔가를 자세히 풀 때 '즉,'이라고 하는데, 이는 '곧,'이라고 하는 게 좋습니다.

'지금 시작됩니다'라고 하는데, 이는 '지금 시작합니다'가 맞습니다.
곧 내보낼 방송을 누구에서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KBS에서 방송을 내 보내는 것이므로,
시작됩니다가 아니라 시작합니다가 맞습니다.

계속됩니다도 마찬가집니다 4,800만 모든 국민이... 때까지 계속됩니다가 아니라
계속합니다가 맞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공이 빗나간 게 아니라,
아깝게 빗나간 겁니다.
간발(間髮, かんはつ[간바쯔])은
사이 간 자와 터럭 발 자를 써서 '터럭 하나 차이'라는 뜻으로,
아주 작은 차이를 뜻하는 일본어투 말입니다.

문제를 맞히고 나면 난나나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 것을 '세리머니'라고 했는데,
2002년에 문화관광부에서 '언론 외래어 순화를 위한 국어순화분과위원회'를 열어 '골 세리머니'를 '득점 뒤풀이'로 바꿨습니다.
문제의 답을 맞히고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 것은 '세리머니'가 아니라 '뒤풀이'입니다.

언론이 앞장서서 그런 낱말을 써 줘야 하는데,
어떻게 된 게 공영방송이 나서서 세리머니라는 낱말을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언론재단이 2006년 국민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한국의 언론사 가운데 가장 믿을 수 있고 가장 영향력이 큰 언론사는 KBS라고 했습니다.
신뢰도에서도 KBS는 36.3%로 다른 언론보다 높았습니다.
시사저널이 조사한 언론사별 영향력 부문에서 KBS는 지난 6년 동안 1위를 지켰다고 했습니다.

국민의 그런 신뢰에 걸맞게 방송해 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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