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보라]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식구와 함께 영동에 다녀왔습니다. 영동이 포도로 유명하잖아요. 그곳에 와인 코리아라는 농업회사에 다녀왔습니다. 가서 포도주도 좀 마셔보고 애들이 마실 것과 아내가 좋아하는 포도주도 몇 병 사왔습니다.
포도주색이 보라색이죠? 오늘은 보라색 이야기 좀 해 볼게요.
'보라'의 말뿌리(어원)는 몽골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한때 몽골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그때 여러 가지 몽골 풍습이 유행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매를 길들여서 사냥을 하는 매사냥이었다고 합니다. 사냥을 잘하기로 소문난 매가 바로 해동청이라는 송골매와 보라매입니다. 보라매의 앞가슴에 난 털이 보라색인데 난 지 1년이 안 된 새끼를 잡아 길들여서 사냥에 썼다고 합니다. 이 보라매를 몽골어로 보로(boro)라고 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보라'라는 낱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송골매는 몽골어 songhol에서 왔다고 하네요.
몽골의 지배를 받을 때 생긴 낱말 가운데 재밌는 게 '시치미'입니다. 누가 시치미에 대해 재밌게 써서 보내주시면 우리말 편지에 소개하겠습니다. 우리말 편지를 받으시는 분 가운데는 우리말을 무척 잘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모른 척 '시치미' 뚝 떼지 마시고 재밌게 글을 써서 보내주시면 우리말 편지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마땅히 선물도 있습니다. ^^*
오늘 편지를 마치면서 춘향가 가운데 옥중가 한 대목을 소개할게요. 원님 수청을 거부하고 옥에 갇혀 쑥대머리로 이도령을 기다리는 춘향의 애달픈 마음을 노래한 것입니다.
갈까부다, 갈까부다. 임 따라서 갈까부다. 천리라도 따라가고 만리라도 갈까부다. 바람도 쉬어 넘고, 구름도 쉬어 넘는, 수지니, 날지니, 해동청, 보라매 다 쉬어 넘는 동설령 고개라도 임 따라 갈까부다. 하늘의 직녀성은 은하수가 막혔어도 일년 일도 보련마는, 우리 임 계신 곳은 무슨 물이 막혔기에 이다지도 못 보는고. 이제라도 어서 죽어 삼월 동풍 연자되여 임 계신 처마 끝에 집을 짓고 노니다가 밤중이면 임을 만나 만단정회를 허고지고. 누 년으로 꼬염 듣고 영영 이별이 되려는가?”
역시 판소리는 전라도 말로 해야 낭창낭창하게 제 맛이 날 텐데, 그냥 글로 쓰니 맛이 떨어지네요. ^^*
여기에 나온 낱말 가운데, '수지니'는 "사람의 손으로 길들인 매나 새매", '날지니'는 "들에서 사는 매"로 '산지니' "산에서 자라서 해가 묵은 매나 새매"와 같은 뜻입니다. 여기에는 없지만, '육지니'는 "날지 못할 때에 잡아다가 길들인, 한 살이 되지 아니한 매"를 뜻합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판소리 노랫말은 맞춤법에 맞게 고치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