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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가슴을 에이는이 아니라 가슴을 에는]
경찰이 어제 한 재벌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네요. 삐뚤어진 자식사랑인지, 자발없고 미욱한 어른의 치기 어린 행동인지는 모르지만, 곰비임비 일어나는 국민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할 수 없기에 벋대지 못했을 겁니다. (자발없다 : 행동이 가볍고 참을성이 없다.) (미욱하다 : 하는 짓이나 됨됨이가 매우 어리석고 미련하다.) (곰비임비 : 물건이 거듭 쌓이거나 일이 계속 일어남을 나타내는 말.) (벋대다 : 쉬이 다르지 않고 고집스럽게 버티다.)
그래서 옛 성현들이 애들 싸움에 어른이 끼어들면 안 된다고 했나 봅니다. 아무리 가슴을 에는 아픔이 있어도 습습하게 참아야 했습니다. (습습하다 : 마음이나 하는 짓이 활발하고 너그럽다.)
애들 싸움에 부모가 경찰서에 가는 것을 보니 제 마음도 아프네요. 흔히, 큰 슬픔을 두고 가슴을 에는 슬픔이라고 합니다. '에다'는 "칼 따위로 도려내듯 베다", 곧, 예리한 연장으로 도려낸다는 뜻입니다.
이 낱말을 '에이는'이라고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이'가 들어갈 아무런 까닭이 없습니다. 가슴을 '에는'이면 되지 '에이는'이 아닙니다. 괜히 '이'가 들어가서 우리글을 이상하게 만든 겁니다. 그런 게 또 있습니다. 날이 개다를 날이 개이다고 하고, 설레는 마음을 설레이는 마음이라고 하는 경웁니다. 모두 '이'가 들어가면 안 됩니다.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데,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