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나리가 이울어갑니다]
며칠 전부터 MBC 자막 틀린 것을 좀 꼬집었더니, 왜 MBC만 미워하느냐고 하시는 분이 계시네요. 그래서 오늘은 KBS도 좀 미워해(?) 볼게요. ^^* 오늘 아침이 아니라 어제 아침 뉴스였는데요. 8시 8분쯤 KBS2에서, 서울시가 밤에 불법 광고물을 단속하면서 밤새 실랑이가 있었다고 기자가 이야기했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이때는 '실랑이'가 아니라 '승강이'라고 해야 합니다. 실랑이는 '이러니저러니, 옳으니 그르니 하며 남을 못살게 굴거나 괴롭히는 일'이고, 승강이는 '서로 자기 주장을 고집하며 옥신각신하는 일'을 말합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죠.
제가 일하는 곳에는 항상 식물과 꽃이 있습니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식물이 있는 것이 마땅하고, 게다가, 원예연구소 사람들이 있어 꽃도 끊이지 않습니다. 지금은 회의탁자 위에 나리꽃이 있습니다.
흔히, '나리'는 자생나리만을 뜻하고, '백합'은 흰 꽃이 피는 백합을 뜻하는 것으로 알고 계시는데, 백합(百合)의 우리말이 '나리'입니다. 백합은 약 1백 개의 인편이 합쳐서 하나의 구근을 이루기 때문에 백합(百合)이라고 했다고 하네요.
오늘 하고자 하는 말은 그게 아니라, 지금 제 일터 회의탁자에 있는 나리꽃이 이울어갑니다. 원예연구소에서 관심을 좀 두시길 빕니다. ^^*
앞에서 꽃이 이울다는 말을 했는데요. 이울다는 '꽃이나 잎이 시들다.'는 뜻으로 '꽃이나 풀 따위가 말라 생기가 없어지다.'는 뜻의 '시들다'와 거의 같은 뜻이죠.
어쨌든, 제 일터에 있는 나리꽃이 이울고 시들어갑니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분들 들으셨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