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고객관리 하라고요?]
어젯밤 7시 4분에 MBC에 '함으로서'라는 자막이 보였습니다. '함으로써'가 맞습니다.
오늘은 '고객관리'하러 고창, 목포, 나주, 광주를 다녀와야 합니다. 아침 일찍 떠나 밤늦게 돌아오는 거야 견딜 수 있지만, 고객관리하러 간다는 게 좀 거시기합니다.
오늘은 고객관리나 좀 짚어볼게요.
먼저, 고객은 顧客(こかく[고가꾸])라는 일본어투 한자에서 온 말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손님'으로 다듬은 말입니다. 이렇게 다듬은 말을 왜 공무원들이 나서서 '고객'이라고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은 '관리'입니다. 관리는 여러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사람을 통제하고 지휘 감독함'이라는 뜻입니다. 부하 직원 관리, 학생 관리처럼 씁니다. 내가 모셔야 할 손님이 고객이라면 그 고객은 결코 관리의 대상이 아닙니다. 어찌 손님을 통제하고 지휘 감독하죠? '고객'이 들으면 기가 찰 이야깁니다.
'고객관리'를 다시 보면, '고객'은 '손님'으로 쓰시면 됩니다. 백화점에서도 '고객님!'이라고 하면 안 되고, '손님!' 이라고 하시면 됩니다.
'관리'는 상황에 따라 쓰임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고객관리에는 들어갈 낱말이 아닙니다. '고객'이건 '손님'이건 내가 관리할 대상은 아니잖아요.
그럼 어떻게 써야 하느냐고요? 고객관리를 안 쓰면 뭘 써야 하냐고요? 아직 어느 기관에서도, 어떤 학자도 이 말을 다듬지는 않더군요. 저도 '고객관리'를 다듬을 깜냥은 안됩니다.
굳이 억지로 다듬어 보자면, 손님돕기, 손님수발로 다듬을 수 있겠고, '고객관리'의 본뜻을 살려, '내일알리기'로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우리말편지를 받으시는 분은 고객관리를 다듬은 말에 할 말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