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설것이와 설거지]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어제 오랜만에 설거지를 좀 했습니다. 하도 오랜만에 하다 보니 좀 어설프더군요. 자주 해야 하는데... 그래야 나이들어 구박받지 않을 텐데......
오늘은 설거지 이야기나 좀 해 볼게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설거지만 가지고도 할 말이 무척 많답니다. ^^*
먼저, 설거지와 설것이 어떤 게 맞죠? "음식을 먹은 뒤에 그릇을 씻어서 치우는 일"은 '설것이'가 아니라 '설거지'입니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뒷설거지, 비설거지죠.
'설겆이'는 본래 '설겆다'라는 낱말에 '이'가 붙어서 된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설겆-'이라는 말이 '설거지'외에는 어디에도 쓰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글 맞춤법에서 말뿌리(어원)를 밝혀 적지 않고 '설거지'로 소리나는 대로 적기로 한 것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말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음은 '설거짓물'과 '설거지물'입니다. 어떤 게 맞죠?
이건 발음을 따져야 합니다. '설거지물'을 [설거진물]로 발음한다면 '설거짓물'로 쓰는 게 맞고, [설거지물]로 발음한다면 '설거지물'로 쓰는 게 맞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발음하세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설거지물'은 [설거지물]로 발음합니다. 1988년 국립국어원에서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면서 다른 사전들의 발음 정보와 서울 사람들의 실제 발음을 고려해서 그렇게 판단한 겁니다. 그에 따라 사이시옷을 받쳐 적지 않은 '설거지물'이 맞춤법에 맞는 표기입니다. 그런 보기를 더 보면 '머리말'입니다. 발음을 [머린말]로 한다면 '머릿말'로 적어야 하겠지만, 그 발음이 [머리말]이 표준어 규정에 맞으므로 '머리말'로 적습니다.
더 나갑시다. ^^* 설거지물을 개숫물이라고 합니다. 이를 어떤 사전에 보면 '開水물'이라고 풀어놨습니다. 이는 크게 잘못된 겁니다.
개수는 그릇을 뜻하는 우리 고유어입니다. 그래서 '개수+물'은 그릇을 씻는 물로 곧, 설거지물이 되는 거죠. 이를 한자쟁이들이 開水물로 풀어놓은 겁니다. 그래놓고 그런 것을 사전에 올려놓으면 그게 곧 표준어가 되어버립니다. 큰 잘못입니다. 바로 그런 엉터리 학자들 때문에, '우레'를 '우뢰(雨雷)'라고 사전에 올려 표준어를 만든 겁니다. 우레는 천둥이라는 뜻의 순 우리말인데, 왜 한자 雨雷를 억지로 만드냐고요. 제발 사전을 만들 때는 책임감을 느끼면서 만들길 빕니다.
이번주도 정신 차리고 삽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