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껄쩍지근한 CNN]
어제 오후에 편지를 하나 받았는데 내용이, "지금 미국 CNN에서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사과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설문조사 중입니다. 현재 설문 결과가 하지 않아도 된다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부디 접속하시어 설문에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군요.
바로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가 79%였습니다. 지금 다시 들어가서 보니 75%네요.
우리말에 '꺼림하다'는 게 있습니다. "마음에 걸려 언짢은 느낌이 있다."는 뜻이죠. 그 언짢음이 더 큰, 곧, 매우 꺼림한 것이 '꺼림칙하다'입니다. 같은 뜻으로 '께름칙하다'와 '꺼림텁텁하다'도 있습니다.
저는 CNN의 설문조사가 영 꺼림칙합니다. 비록 그 설문조사가 과학적인 게 아니고 투표한 사람만의 의견이고 일반적인 누리꾼의 뜻이라고 볼 수 없다는 꼬리를 달기는 했지만, 그것도 기분이 나쁩니다. 그렇다면 그 설문조사를 왜 했죠?
일본 언론에서는 "CNN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누리꾼의 75%가 사과를 반대한다."라는 기사를 뽑을 수 있잖아요. 아니 그렇게 기사를 만들어서 쓸거잖아요.
세계의 언론이라는 CNN이 왜 이런 짓을 하냐고요. CNN의 방문자 수를 많게 만들려고 그런 짓을 했겠지만 언론의 영향력을 잊은 경솔한 짓입니다. 이건 뭔가 야로가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설문이 저는 껄쩍지근합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1. '야로'는 "남에게 드러내지 아니하고 우물쭈물하는 속셈이나 수작을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2. 껄쩍지근하다는 '꺼림칙하다'의 전남 사투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