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반죽과 변죽]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 고향 친구 이야기를 좀 할게요. 수원에서 빵집을 하는 친구인데, 날마다 새벽 여섯 시에 나가서 자정에 들어올 정도로 고생을 많이 합니다. 그러면서도 암으로 고생하시는 장인어른을 모시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친구는 언제나 웃고 삽니다. 저와 함께 있을 때만 웃는 게 아니라, 기쁠 때도 웃고 슬플 때도 웃습니다. 심지어는 잘못을 해 놓고도 웃습니다. ^^* 그래서 그 친구에게는 곧 복이 따라다닐 겁니다.
흔히 "부끄러워하는 느낌이나 마음"을 '부끄러움' 이라고 합니다. 그런 부끄러움을 타지 않는 것을 반죽이 좋다고 합니다. 제 친구처럼...
'반죽'은 "가루에 물을 부어 이겨 갬"이라는 뜻의 이름씨입니다. 쌀가루나 밀가루에 물을 부어 이겨 놓은 것이죠. 이 반죽이 잘 되면 뜻하는 음식을 만들기가 쉽기에, 마음먹은 대로 원하는 물건에 쓸 수 있는 상태를 반죽이 좋다고 합니다. 이 뜻이 변해, 지금은 쉽사리 노여움이나 부끄러움을 타지 아니하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이 반죽과 자주 헷갈리는 낱말이 변죽입니다. '변죽'은 "그릇이나 세간, 과녁 따위의 가장자리."를 뜻합니다. 한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입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변죽을 울리다인데, "바로 집어 말을 하지 않고 둘러서 말을 하다."는 뜻입니다.
변죽과 반죽은 발음이 비슷할 뿐 뜻은 전혀 다릅니다.
반죽이 좋지 변죽이 좋은 게 아니고, 변죽을 치지 반죽을 치지는 않습니다.
제 친구는 지금 인생의 변죽을 울리고 있지만 반죽이 좋으니 곧 크게 웃을 날이 있을 겁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그 친구와 만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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