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5] 우리말) 꿀리다

조회 수 3573 추천 수 0 2013.10.25 07:20:20

마음속에 좀 켕기거나, 힘이나 능력이 남에게 눌리는 것을 '꿀리다'고 합니다.
이를 '꿇리다'고 쓰면 틀립니다.
'꿇리다'는 무릎을 구부리게 할 때 씁니다.

안녕하세요.

뉴스를 들으니
지금 바깥이 무척 춥다고 합니다.
일터에 나가시면서 옷 잘 챙겨입으시기 바랍니다.

어제저녁에 집에 들어갔더니 아들이 시무룩한 얼굴로 인사를 하더군요.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시험점수가 낮아서 엄마에게 꾸중을 들었다고 하네요. 
몇 점 받았느냐고 했더니, 받아쓰기에서 79점을 받았다고 합니다.
뭐 그리 낮은 점수 같지도 않은데...
다만, 그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네요. ^^*

그래도 아들 녀석 꿋꿋하게 저에게 한소리 하더군요.
"아빠, 그래도 저는 꿀릴 게 없어요. 선생님이 주시는 칭찬 스티커는 제가 가장 많아요.~~~"
녀석... 그래 그렇게 바르고 튼튼하게 자라다오. ^^*

흔히
마음속에 좀 켕기거나, 힘이나 능력이 남에게 눌리는 것을 '꿀리다'고 합니다.
이를 '꿇리다'고 쓰면 틀립니다.
'꿇리다'는 무릎을 구부리게 할 때 씁니다.

제 아들이 남 앞에서 무릎 꿇을 일이 없으면 좋겠고,
아들 말처럼 꿀릴 것도 없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이력은 순 우리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일요일
오전 9:31 MBC에서 'ℓ'와 '20㎖'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미터법에 의한 부피의 단위"인 리터(liter)의 기호는
ℓ이 아니라 l과 L이 바릅니다.

이 단위는 100년도 넘은 1879년 국제도량형위원회에서 채택했고,
소문자 l과 같이 쓸 수 있는 대문자 L이라는 단위는 
l이 숫자 1과 헷갈릴 수 있어서 이를 피하고자
1979년에 국제도량형위원회에서 받아들였습니다.
이것도 무려 28년 전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도 ℓ라고 나와 있습니다.
MBC에서 내 보낸 자막은 'ℓ과 20㎖'이 아니라
'l과 20ml'나 'L과 20mL'로 써야 바릅니다.

이쯤 되면
뭔가 한소리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무책임한 방송사도 꼬집고, 
정신 못차리는 국립국어원도 한번 짚고 넘어가야 속이 시원할 텐데, 
그냥 넘어가려니 영 거시기 하네요... 쩝... ^^*

오늘 이야기 시작합니다.

저희 일터에 다음 달부터 새로운 직원이 한 분 오십니다.
며칠 전에 이력서를 들고 오셨더군요.
아직 얼굴도 잘 모르는 그분을 반기는 뜻으로 '이력'을 좀 알아볼게요.

우리가 흔히 아는 이력(履歷)은 "지금까지 거쳐 온 학업, 직업, 경험 등의 내력"을 뜻합니다.
그것을 적어 놓은 게 이력서죠.

한자 履歷 말고 우리말 '이력'도 있습니다.
"많이 겪어 보아서 얻게 된 슬기."를 뜻합니다.
이력이 나다/이력이 붙다/그 젊은이도 이 장사엔 웬만큼 이력을 지녔을 것이다처럼 씁니다.
한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순 우리말입니다.

이력과 비슷한 낱말로 '이골'이 있습니다.
"아주 길이 들어서 몸에 푹 밴 버릇"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골이 나다'고 하면,
"어떤 일에 완전히 길이 들어서 아주 익숙해지다. 또는 진절머리가 나도록 그 일을 오랫동안 많이 해 오다."는 뜻이 되는 거죠.

여기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이 겪어 얻는 슬기"를 뜻하는 '이력'은 순 우리말이라는 겁니다.
그런데도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순 우리말 이력에 履歷이라는 한자를 달아놨습니다.
다행히 한글학회에서 만든 우리말큰사전에는 순 우리말 이력과 한자 履歷을 갈라놨습니다.

MBC 엄기영 뉴스 진행자 말대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에 저도 한마디 하자면,
이런 글을 쓰면서 비꼬지 않고 그냥 지나가자니,
"참으로 속이 쓰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___^*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7201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2800
1436 [2009/09/28] 우리말) 주말에 본 자막 몇 개 id: moneyplan 2009-09-28 3518
1435 [2008/12/01] 우리말) 알심 id: moneyplan 2008-12-01 3518
1434 [2007/09/27] 우리말) 가없는 사랑 id: moneyplan 2007-09-27 3518
1433 [2007/07/30] 우리말) 담백한 게 아니라 깔끔한 것 입니다 id: moneyplan 2007-07-31 3518
1432 [2017/03/07] 우리말) 혹은과 또는 머니북 2017-03-08 3517
1431 [2013/01/29] 우리말) 왔다리갔다리 머니북 2013-01-29 3517
1430 [2010/02/26] 우리말) 헝겁과 헝겊 id: moneyplan 2010-02-26 3517
1429 [2007/08/14] 우리말) '벼리'와 비슷한 뜻의 낱말 id: moneyplan 2007-08-14 3517
1428 [2007/05/01] 우리말) 두남두다 id: moneyplan 2007-05-02 3517
1427 [2017/08/11] 우리말) 갑질에 대한 짧은 생각 머니북 2017-08-16 3516
1426 [2016/11/01] 우리말) 우렁잇속 머니북 2016-11-01 3516
1425 [2008/02/11] 우리말) 조문기 선생님의 빈소 id: moneyplan 2008-02-11 3516
1424 [2017/01/13] 우리말) 옥의 티 머니북 2017-01-13 3515
1423 [2011/04/26] 우리말) 야식은 밤참으로 ^^* moneybook 2011-04-26 3515
1422 [2007/05/30] 우리말) 세리머니가 아니라 뒤풀이입니다 id: moneyplan 2007-05-30 3515
1421 [2017/01/09] 우리말) 멀찍이와 가직이 머니북 2017-01-09 3514
1420 [2014/01/06] 우리말) 원체 머니북 2014-01-06 3514
1419 [2016/06/13] 우리말) 손 없는 날 머니북 2016-06-15 3513
1418 [2013/05/23] 우리말) 때마침과 하필 머니북 2013-05-23 3513
1417 [2013/02/12] 우리말) 홀몸노인과 홀로노인 머니북 2013-02-12 3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