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모순과 비각]
안녕하세요.
토요일이라 좀 늦게 나왔습니다.
오늘도 어제 받은 편지를 하나 소개할게요. 저는 하루에 백여 통의 편지를 받는데, 그 가운데는 제가 가끔 우리말편지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저의 잘못을 꼬집어 주시는 것도 있지만, 오늘 소개해 드리는 편지처럼 조금 거시기한 것도 있습니다.
제목 : 참나~~
맞춤법이 틀려서 사람구실을 못했나? 맞춤법이 틀려서 의사소통을 못했나? 맞춤법이 틀려서 죽을죄를 지었나? 맞춤법이 틀려서 인격이 모자랐나? 맞춤법이 틀려서 애를 못 키웠나? 맞춤법이 틀려서 남에게 피해를 줬나? 맞춤법이 틀려서 학업을 못 이루었나? 자기엄마 맞춤법 틀린건 감격스럽고 용서가 되고 남이 틀리면 분수에 걸맞지 않게 우습게 여기고,,, 이보슈~~ 자장면을 짜장면이라고 쓰고 발음한다 해서 진정 그 사람이 당신같은 사람한테 욕을 먹어야 하는것이오? 그 억지스러운 비하 좀 이젠 그만두시는게 어떻소? 글쎄,,, 매번 느끼지만 맞춤법이야 낸들 모르겠지만 인격이 그다지 본받을 만한 사람은 못되 보이고 왠지 잘난사람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사람으로 보이오 이젠 겸손이란 단어도 좀 배워보시오
이 편지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제 어머니가 쓰신 편지를 아시는 것을 보면 아마도 우리말편지를 꽤 오래전부터 받아보신 것 같은데...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겸손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제가, 저희 어머니 맞춤법 틀린 건 감격스럽게 보고, 남이 틀리면 분수에 걸맞지 않게 우습게 여기지는 않은 것 같은데... 자장면을 짜장면이라고 하는 분에게 욕을 한 것 같지도 않고... 제 인격이 그다지 본받을 만한 사람이 아닌 것은 맞지만, 제가 잘난 사람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인 것 같지는 않은데... 뭐 어쨌든 '이젠 겸손이란 단어도 좀 배워보시오'라고 하시니 더 겸손해지도록 힘써야겠군요.
우리말편지 보내는 것도 이런 점에서 보면 쉽지만은 않습니다. 오늘은 모순 이야기나 할게요. 그냥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고싶네요. ^^*
모순(矛盾) 아시죠?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중국 초나라의 상인이 창과 방패를 팔면서 이 창은 어떤 방패로도 막지 못하는 창이라 하고 이 방패는 어떤 창으로도 뚫지 못하는 방패라 하기에, 그럼 그 창으로 그 방패를 뚫어 보시라고 했다는 데서 나온 게 바로 모순입니다.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을 한 데서 나온 거죠.
이 모순과 비슷한 말이 우리말에도 있습니다. 바로 '비각'입니다. 한자가 아니라 순 우리말입니다. 사전에 나온 뜻은, '물과 불처럼 서로 상극이 되어 용납되지 아니하는 일'을 뜻합니다.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는 방패와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는 창이 함께 할 수 없듯이, 물과 불 또한 함께할 수 없습니다.
비각... 왠지 오늘은 그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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