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단출, 차지다]
눈이 참 예쁘게 내리고 있네요. 어젯밤은 불타는 금요일로 전투가 무척 치열했습니다. 덕분에(?) 오전에는 집에서 계속 자다가 이제야 일터에 나왔습니다. 어떻게 된 게 정초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전투를 치르네요. 올 한 해가 걱정됩니다.
아침에 쓰린 속을 잡고 거실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데, 거기에 나오는 자막이 제 속을 더 쓰리게 만들더군요.
오늘은 MBC를 좀 씹겠습니다. 11:3분 강원도 태백에 있는 식당을 찾아가서, 노부부가 단촐하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는데, "식구나 구성원이 많지 않아서 홀가분하다"는 뜻의 낱말은 '단촐'이 아니라 '단출'입니다.
11:10분 만두소를 찰지게 하고 피를 잘 붙게 만드는 것이 뭐냐는 문제를 냈는데, "반죽이나 밥, 떡 따위가 끈기가 많다."는 뜻의 낱말은 '찰지다'가 아니라 '차지다'입니다.
11:48분 더 이상 진수성찬은 없다고 했는데, '더 이상'은 말이 안 됩니다. '더'는 동사 위에 얹혀서 '계속하여', '거듭하여'나 '그 위에 보태어'처럼 쓰는 부사입니다. 더와 이상을 같이 쓰면 안 됩니다. '더는'이라고 하거나, 이보다 더한 진수성찬은 없다고 해야 합니다.
제발 정신 좀 차리고 방송을 만드시길 빕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공중에 아무렇게나 뿌려대도 되는 게 방송전파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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