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29] 우리말) 커피 나오셨습니다

조회 수 3133 추천 수 0 2014.01.29 09:29:13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짓은 억지나 생떼가 아니라 '뗀깡'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에서
일본이 대놓고 뗀깡을 부린다면서, 
우리가 일본말을 쓰는것은 일본 사람들의 뗀깡에 넘어가는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예전에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뗀깡이나 뗑깡은 일본말 癲癎(てんかん)에서 온 말로 간질에 따른 발작을 뜻합니다.
우리말로는 억지나 생떼라고 써야 합니다.

그러나
요즘 일본이 하는 짓은 자기네 말 뗀깡이 딱 어울리기에 그렇게 썼습니다.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짓은 억지나 생떼가 아니라 '뗀깡'입니다.


오늘은 김춘자 님이 보내주신 글을 함께 읽겠습니다.

[커피 나오셨습니다]

우리말은 경어법이 발달한 언어이다. 공손하게 존대어를 쓰다보면 행동거지가 조신해지고 마음도 따라 점잖게 예의를 차리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깍듯해서 좋은 존댓말일지라도 지나친 공대어는 듣기 거북하다. 더구나 존댓말이 사람에게 쓰이지 않고 사물에 사용되는 것은 옳지 않다.
약국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귀에 거슬리는 말들이 꼬리를 잇는다. “그냥 털어 드시면 되는 약이시구요. 약값은 2,500원 되세요.”라든가 “약은 만 오백 원 나오셨습니다.” 또는 “이 파스는 얇아서 잘 붙으세요. 1,900원, 2,600원 하셔서요. 4,500원 되세요. 아대(보호대)가 좀 비싸세요.” 등 과잉된 공대어를 듣고 있으려니 심기가 거북하다. 손님을 높이는 건지, 약을 높이는 건지, 약값을 높이는 건지. 들은 대로 적어둔 것인데 지금 보아도 너무하다. 
어쩌다 백화점에 가면 존댓말에 놀랄 일이 많다. “고객님, 오늘 나온 신상新商이신데요. 색상도 고급이시구요. 디자인도 멋지세요.” 공손함이 넘치니, 참!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뿐이 아니다. “이 구두는요. 다른 매장에는 안 계세요. 가격이 좀 쌔시긴 하지만 무지외반증이 계신 고객님들께 인기가 많으세요.”등 구두점 젊은 남성의 공대어도 하늘 높은 줄 모른다. 
곳곳에 존댓말 서비스가 넘쳐나지만, 당연히 사람이 받아야 할 존대가 잘못  쓰이고 있다. 은행에 가면 통장이나 도장까지 우대를 받으며, 커피집에선 “고객님, 000커피 나오셨습니다.”라고 하니 커피가 한껏 존대를 받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께 존댓말을 쓰게 된 사연이 애처롭다. 초등학교에서 버젓이 존댓말과 낮춤말을 배우는데도 4학년이 될 때까지 부모님께 존댓말을 쓰지 못했다. 아버지께선 우리 형제자매들을 앉혀놓고 부모의 체면도 있고,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이란 소릴 들을까 싶다며 앞으로는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께 존댓말을 쓰라고 이르셨다. 그러나 시험문제로는 척척 맞추는 존댓말이 말만 하려면 입이 떨어지지 않아 너무나 힘들었다. 
언어도 길들이기 나름이다. 요새는 어른이 아이에게 깍듯이 존댓말을 쓰기도 한다. 아이를 존중하는 의미도 있겠으나 어른이 본을 보여 어릴 적부터 존댓말을 익히고 습관들이기 위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서너 살 아이에게 “아들! 엄마가 큰소리로 말해서 화났어요? 그랬어요? 미안해요.”라며 아이를 달래는 걸 보고 있으면 껄끄럽고도 민망하다. 부부끼리는 너냐 나냐 반말을 하면서 자식에겐 깍듯이 높임말을 쓰는 가정도 보았다.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배울 때 까다로운 것이 높임말이라고 한다. 외국인 며느리가 시부모님게 ‘밥 먹으셨어요?’라든가 ‘내가 잘 하실게요.’ 등은 차라리 애교스럽다. 조카가 한창 말을 배울 때 “고모, 연우가 그림 그렸다요.” 또는 “아까 인사 했다요.”하며 말끝에 ‘요’를 붙일 때마다 제 엄마가 바로 잡아주려고 애를 썼다. 난 아이가 그렇게 말하는 게 귀여워 고쳐주고 싶은 생각은커녕 나도 따라 하고 싶었다. 그러나 TV에 나와서 우리나라를 ‘저희나라’라고 하거나, 자기 남편을 ‘저희 남편’이라고 하는 걸 보면 속이 탄다. 우리말, 우리글, 우리민족 등 낮출 대상이 아닌데도 낮추는 것 또한 존댓말이 지나친 탓이다.
존댓말을 쓴다는 것은 경의를 나타내는 것이며, 상대에 대한 예우를 함으로써 자신의 품위를 갖추게 된다. 말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나타내는 도구이기에 아무렇게나 사용한다면 자신은 물론 상대의 품격까지 떨어뜨리게 된다. 그러므로 존대어를 적절히 쓰는 것이야말로 언어로 인격을 다듬는 일이며 세상을 반듯하게 꾸려가는 길이 될 것이다.

좋은 글을 함께 읽을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설 잘 쇠시길 빕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벼리를 잘 잡아야 합니다]

주말에 고향에서 잘 쉬고 왔더니 일이 밀려 있네요.
이렇게 일이 많이 쌓여 있을 때는
벼리를 잘 잡아야 합니다.
큰 줄거리를 보고 중요한 것부터 처리해 나가면 내일이 오기 전에 집에 갈 수 있겠죠. ^^*

벼리는 본디
그물의 위쪽 코를 꿰놓은 줄입니다.
그 줄을 잡아당겨 그물을 오므렸다 폈다 하죠.

그 뜻이 발전해 지금은,
'일이나 글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를 뜻합니다.
학교에서 숙제를 낼 때, 
무슨 책을 읽고 그 벼리를 추려오라고 말할 수 있고,
저처럼 일할 때 벼리를 잘 잡아서 일을 한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 벼리를 잘 잡아 일을 일찍 끝내고 집에 들어가서 딸내미와 놀아야하는데......

오늘도 아침 일찍 서울 가야 해서 좀 서둘러 나왔습니다.
날씨가 좀 추워도 너무 움츠리지 마세요. 마음마저 움츠러들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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