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03] 우리말) 설 잘 쇠셨나요?

조회 수 7583 추천 수 0 2014.02.03 09:21:31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짓은 억지나 생떼가 아니라 '뗀깡'입니다.

설 잘 쇠셨나요?

저는 어머니가 저희집에 오셔서 고향에 오가며 길에서 고생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늘은 한글학회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이신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읽고자 합니다.

[설 잘 쇠세요!]
설 연휴가 시작되었다. “설 잘 보내세요!” 풍성한 명절을 앞두고 저마다 정겨운 인사말들을 나눈다. 그러나 설을 잘 보내라는 이 인사말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명절에는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기도 하고 헤어져 살던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 모처럼 정을 나누기도 한다. 만약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명절을 지냈다면 ‘명절을 보냈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차례도 지내고 친척들과 만나 음식도 함께 먹고 했다면 명절을 그냥 보내버린 것이 아니라, ‘쇤’ 것이 된다. 그래서 ‘명절을 쇠었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설 잘 보내세요!”보다는 “설 잘 쇠세요!”가 바람직한 인사말이다.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만났을 때 “설 잘 쇠셨습니까?”라는 인사말은 괜찮지만, “설 잘 보내셨습니까?”라는 인사말은 알맞지 않다.

‘쇠다’라는 말은 꼭 명절을 지내는 것만 이르는 것이 아니다. 생일이나 갖가지 기념일도 ‘쇠다’라고 말한다. 가령, “생일 잘 쇠었니?” 하면 생일을 맞아 축하 파티도 하고 즐겁게 지냈느냐는 뜻이다. 생일을 그냥 평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 버렸다면, 생일을 쇤 것이 아니라 보낸 것이 되겠다. 마찬가지로 “부장님, 어제 결혼기념일 잘 쇠셨습니까?” 하면 결혼기념일에 사모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느냐는 인사말이다. 이때, ‘생일을 보내다’라든가, ‘결혼기념일을 보내다’라고 말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날을 보내버렸다는 뜻이 되겠다.

설을 쇤다는 말은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생일이나 기념일을 쇤다는 말은 아무래도 낯설다. 그렇지만 되도록 살려 써야 한다. 새해에는 우리 낱말들의 본디 자리를 찾아주는 일에 더욱 힘써 나갔으면 한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저는 절대 똥기지 않을 겁니다]

오늘 아침 KBS 뉴스에서 7시 7분쯤 조류독감 기사를 전하면서 
화면에 '3Km 내 매몰'이라고 썼네요.
거리 단위는 Km나 KM가 아니라 km입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저는 농촌진흥청 본청에서 일합니다.
요즘 제가 하는 일은 농업연구상 심사 관리입니다.
농촌진흥청에서 일하는 연구원이 받는 상 가운데 가장 값어치 있는 상이 바로 이 농업연구상입니다.
그 상을 추천받아 심사위원들이 심사하실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제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심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느냐는 전화를 받게 됩니다.
마땅히 심사 중이라 아무런 말씀도 못 드리죠.
슬쩍 귀띔해 달라는 분도 있고,
자기에게만 알려달라는 분도 있고,
대충 상, 중, 하에서 어디인지만 알려달라는 분도 있고...

오늘은 그런 낱말을 좀 소개해드릴게요.
잘 아시는 귀띔이 있습니다.
상대편이 눈치로 알아차리게 슬그머니 알려주는 것이죠.
아마도 귀를 뜨이게 해 준다는 뜻일 겁니다.
이를 한자로는 내시(內示)라고 합니다.
공식적으로 알리기 전에 몰래 알려 주는 것이죠.

재밌는 낱말은 뚱기다와 똥기다입니다.
'뚱기다'는
'팽팽한 줄 따위를 퉁기어 움직이게 하다.'는 뜻도 있지만,
'눈치 채도록 슬며시 일깨워 주다.'는 뜻도 있습니다.
친구에게 중요한 정보를 뚱겨 주다/네가 그렇게 뚱겨 주지 않아도 나는 이미 알고 있었어처럼 씁니다.

'똥기다'는
'모르는 사실을 깨달아 알도록 암시를 주다.'는 뜻입니다.
그는 눈치가 빨라서 두어 마디만 똥겨도 금세 알아차린다처럼 씁니다.

뚱기다와 똥기다. 뜻이 비슷하죠?
좀더 따져보면,
똥기다는 모르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고,
뚱기다는 슬며시 일깨워주는 것을 뜻합니다.

저는 지금 다루는 연구상 결과를 
그 누가 물어도
귀띔해주거나, 내시를 주거나, 똥기거나, 뚱기지 않을 겁니다.
그런 일이라면 아예 전화도 하지 마세요. ^^*

보태기)
'상대편이 눈치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미리 슬그머니 일깨워 줌'이라는 이름씨는 귀뜸이 아니라 귀띔입니다.
귀뜸은 아마도... 귀에다가 뜸을 뜨는 것을 말할 겁니다.
그러나 그런 낱말도 대한민국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

답장)
내시? 내 평생 처음으로 들어 보는 말이라 국어사전을 찾아보았지요. 
있더군요. 님이 사전에 없는 말을 썼을 리가 없지요. 
그런데 문득 이게 왜 국어사전에 올라 있나 생각해 보고는 
중국말은 어떤가 하고 한중사전(고려대)을 찾아보았지요. 
'귀띔'을 보니 '內示'는 없고 '告知, 示意, 暗示, 口信, 透信'이 있더군요. 
이상하다 싶어 '내시'를 찾아보았죠. 올라 있지 않더군요. 정말 이상하지요? 
인터넷 다음 중국어사전을 보니, 올림말 '내시'는 있는데 중국말은 '暗示'라고 하는군요. 
이 낱말[암시]은 우리도 쓰는 거죠. '귀띔'을 보니, '告知, 提示, 暗示, 示意'라고 뒤쳤는데 
여기도 '內示'는 없군요. 그러고 보면 '內示'는 중국말이 아닌가 봅니다. 
그럼 일본말은 어떤가 하고 한일사전(두산동아)을 찾아보았지요. 
올림말 '귀띔'에 '內示'라는 건 보이지 않는군요. 그럼 '내시'는? 
드디어 찾았습니다.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內示'는 일본 한자말이었습니다그려. 
일본 한자말이 어찌하여 우리말 사전에 버젓이 올라 있는가 하는 까닭이야 님도 잘 아시겠고...
그런데... 왜 님이 굳이 이런 한자말을 알려주는지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말기척 : 무슨 일을 하거나 어디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알리는 일'이나 알려주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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