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첫과 처음]
김연아 선수가 시니어피겨 사상 첫 금메달을 땄군요. 한국 선수가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피겨가 한국에 도입된 지 10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네요. 축하할 일입니다.
저도 덩달아 축하하면서, '처음'과 '첫'을 좀 갈라볼게요.
'첫'은 '맨 처음의' 라는 뜻의 관형사로 뒤에 오는 명사와 띄어 써야 합니다. 첫 경험/첫 시험/첫 월급/첫 사건처럼 띄어 쓰죠. 첫 삽을 뜨다처럼 쓰시면 됩니다.
가끔은 첫이 접두사로 쓰이기도 하는데요. 이런 경우는 한 단어로 봐서 붙여씁니다. 첫걸음, 첫나들이, 첫날, 첫날밤, 첫눈, 첫돌, 첫딸, 첫마디, 첫머리, 첫사랑, 첫새벽, 첫서리, 첫술, 첫인사, 첫인상, 첫차 따위입니다. 마땅히 사전에 한 단어로 올라 있습니다.
'처음'은 명사로 '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 앞.'을 뜻합니다. 곧, 어떤 일이나 행동을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임을 나타냅니다. 처음과 나중/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다/처음이라서 일이 서툴다,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다처럼 씁니다. 명사니까 앞 말과 띄어 씁니다.
다시 앞으로 가 보면, 김연아 선수가 시니어피겨에서 맨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으므로 '첫 금메달'이 맞고, 피겨가 한국에 도입된 지 100년 동안 그런 일이 없었으므로, 그런 상을 받는 것은 '처음'이 맞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우리나라에서 피겨사상 처음으로 첫 금메달을 딴 것을 거듭 축하합니다.
우리말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