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한 나달 우리말편지를 못 보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는 무척 바쁠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 모레까지는 나주 농업박람회 가야하고, 글피와 그글피는 특허청에 가서 교육받아야 하고, 주말에는 대전에서 친구들 만나 놀기로 했고... 이러다보변 아마 '나달'은 우리말편지를 못 보낼지도 모르겠습니다.
뭐라고요? 며칠 동안 우리말 편지를 못 보낸다고요? 나달? 나달이라는 낱말을 들어보셨나요? '사날'이나 '사나흘'을 들어봤어도 '나달'을 처음 들어보신다고요?
날짜를 세는 우리말은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 열하루, 열이틀...이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 보면 이렇게 정확하게 하루, 이틀을 말하지 않고 3-4일, 7-8일처럼 두 날짜를 어림잡아 이야기해야 할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말을 좀 알아볼게요. 1-2일은 '일이일', 2-3일은 '이삼일', 3-4일은 '삼사일', 4-5일은 '사오일', 5-6일은 '오륙일', 6-7일은 '육칠일', 7-8일은 '칠팔일', 8-9일은 '팔구일', 9-10일은 '구십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일이일'과 '칠팔일'은 사전에 올림말로 오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사전을 만드시는 분들이 잠깐 조셨나 봅니다. 이상하게 그 두 낱말만 표준어 대접을 못 받고 있습니다.
앞에서 보인 두 날짜를 어림잡아 이야기하는 낱말 중 몇 가지는 다르게 부르기도 합니다. 곧, '삼사일'은 '사날'이나 '사나흘'이라고도 하고, '사오일'은 '나달'이라고 하며, '오륙일'은 '대엿새', '육칠일'은 '예니레'라고 합니다. 멋있죠? 우리말이 이렇게 멋있습니다.
앞에서 제가 '나달'은 우리말편지를 못 보낼지도 모르겠다고 했으므로, 이번 주에는 사오일, 나흘이나 닷새가량 우리말편지를 못 보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