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우리말 편지를 다시 쓰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거의 한 달 만에 편지를 씁니다.
지난 4 21일 편지에서
'
아마도 어둠 속에서 추위와 싸우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 간절함에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이번 주는 우리말 편지를 보내지 않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
그 시간에 안타깝게 하늘나라로 간 젊은 친구들의 넋을 위로하고
기성세대로서 반성하고아직 물속에 있는 친구들이 하루빨리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라고 썼습니다.

약속한 일주일 뒤...
컴퓨터 앞에 앉았으나도저히 편지를 쓸 수 없었습니다.
사고 난 바로 뒤에는그때까지만 해도 바로 사람들을 구해서 모두 살려낼 수 있을지 알았습니다.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간절하게 기도하면 모두 살아 돌아오리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차마 여기에 쓰지 못할 여러 이유로단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어른들 말을 믿고 방에서 '대기'하던 어린 친구들이 모두 죽었습니다.
어른들이 단 한 명도 살려내지 못한 겁니다.
오늘이 사고가 일어난 지 34일째인데아직도 18 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어른인 제가 무슨 염치로 우리말편지를 쓸 수 있겠습니까.

억울하게 죽어간채 피기도 전에 무참히 꺾여버린 넋 앞에서 반성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들의 못다 핀 삶과 꿈 앞에 머리 숙이고 살아야 합니다.

숨을 쉬는 것도 부끄럽고밥을 먹는 것도 죄스럽고어른으로 사는 것도 수치스러운 삶입니다.
이제 한 달아직 시신도 못 찾은 사람이 있지만우리는 이 일을 서서히 잊고 있습니다.
결코잊어서는 안 되는데삶에 지친다는 핑계를 대며 슬슬 고개를 돌리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이야 안타깝지만산 사람들은 살아야 한다면서 매몰차게 시선을 피하고 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내일부터 우리말 편지를 쓰겠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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