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내디딘과 내듣은]
안녕하세요.
새 정부가 들어선지 딱 1주일이 지났네요. 장관 인사로 첫발을 내디딘 새 정부가 국정을 잘 추슬러 주길 빕니다.
무엇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범위 안에 처음 들어서다는 뜻의 낱말은 '내디디다'입니다. 준말이 '내딛다'입니다. 민주화의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다, 사회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딜 예비 직장인들이다처럼 씁니다. 이렇게 내 디디다를 쓰면 별로 헷갈리지 않는데, 준말인 내딛다를 쓰면 헷갈립니다.
첫발을 내딛은 정부, 첫발을 내디딘 정부...어떤 게 맞지?
맞춤법 규정을 좀 보죠. 규정 제16항에 "준말과 본말이 다 같이 널리 쓰이면서 준말의 효율이 뚜렷이 인정되는 것은 두 가지를 모두 표준어로 삼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머무르다/머물다, 서두르다/서둘다가 모두 표준어입니다. 내디디다/내딛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이 규정의 맨 밑에 모음 어미가 연결될 때에는 준말의 활용형을 인정하지 않음이라고 써 놨습니다. 이에 따라 머물다의 머물, 서툴다의 서툴 뒤에는 '고, 다가, 며' 따위의 자음이 붙을 수는 있지만, 어라, 었 따위 모음으로 시작되는 뒷가지(어미)는 붙을 수 없습니다. 곧, '머물고, 머물다가, 머물며, 서툴고, 서툴다가, 서툴며'는 말이 되지만, '머물어, 머물었다, 서툴어'는 쓸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내디디다도 내딛고, 내딛다가는 쓸 수 있지만, 내딛어, 내딛은, 내딛으면으로는 쓰지 않습니다. 원말인 '내디디다'의 활용형인 '내디딘'을 써야 맞습니다.
새 정부가 첫발을 내디딘 겁니다.
오늘은 좀 어려웠나요?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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