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제 일터는 이사하느라 여기저기 무척 어수선합니다. 하루아침에 옮기는 게 아니라 한 달이 꼬박 걸리는 일이라 그동안은 일을 제대로 못 할 것 같습니다. 이삿짐을 싸다 보니 그동안 보지 않았던 책도 나오고, 산 기억도 없는 문방구도 나오네요. 이사 덕분에 비로소 햇빛을 보게 되는 친구들(?)입니다.
우리말에 어느 한 시점을 기준으로 그 전까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던 사건이나 사태가 이루어지거나 변화하기 시작함을 나타내는 말이 '비로소'입니다. 아들이 무사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로소 어머니의 굳은 얼굴이 환해졌다, 지팡이 소리가 등 뒤에서 멎는 순간에야 비로소 그는 상대방이 누군지를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처럼 씁니다.
이 '비로소'를 '비로서'로 쓰는 때가 잦습니다. '비로서'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비로소'가 바릅니다.
요즘 저는 식구와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떨어져 봐야 비로소 식구의 소중함을 더 아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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