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도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학술위원의 글을 함께 읽겠습니다.
한국어에서 ‘우리’라는 말은 매우 독특하다. 이 말은 “우리는 하나다.”처럼, 말하는 사람이 자기와 듣는 사람을 함께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고, 또는 자기와 듣는 사람을 포함해서, 그 자리에 없는 다른 여러 사람까지 동시에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로도 쓰이는 말이다. 어쨌든 ‘우리’라고 하면 듣는 사람을 포함하는 말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우리’는 때에 따라서 듣는 사람을 포함하지 않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 편이 너희 편보다 훨씬 잘해.”라고 하면 ‘우리’라는 말에 듣는 사람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우리’는 ‘저희’라는 겸양어로 표현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저희’는 듣는 사람을 포함시키는 의미로는 사용될 수 없고, 듣는 사람을 포함시키지 않을 때에만 사용하는 말이다. “저희 편이 훨씬 잘해요.”라고 할 수는 있지만, “우리는 하나다.”를 “저희는 하나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가끔 ‘저희 나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데, 올바른 말이 아니다. ‘저희’라는 말은 말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이 나이가 많거나 신분이 높거나 하여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경우에 사용되는 겸양어이다. 그런데 단체와 단체,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비록 힘의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평등한 위치에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높임과 낮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러한 관계는 한 개인이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 대상이 되지도 못하기 때문에, ‘저희 나라’가 아니라 ‘우리나라’로 쓰는 것이 알맞은 쓰임이다.
‘우리’의 쓰임 가운데 가장 독특한 것은, 이 말이 말하는 사람 자신을 가리키는 일인칭 단수로도 쓰인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외아들이면서도 내 어머니, 내 아버지를 ‘우리 어머니’, ‘우리 아버지’라고 한다든지, 자기 아내를 ‘우리 마누라’라고 하는 것이 이러한 예들이다. 이것은 문법적으로 따질 수 없는, ‘우리’라는 말의 독특한 속성으로 이해되고 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