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18] 우리말) 우리

조회 수 3975 추천 수 0 2014.08.19 11:02:15

가끔 ‘저희 나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데, 올바른 말이 아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학술위원의 글을 함께 읽겠습니다.

한국어에서 ‘우리’라는 말은 매우 독특하다. 이 말은 “우리는 하나다.”처럼, 말하는 사람이 자기와 듣는 사람을 함께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고, 또는 자기와 듣는 사람을 포함해서, 그 자리에 없는 다른 여러 사람까지 동시에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로도 쓰이는 말이다. 어쨌든 ‘우리’라고 하면 듣는 사람을 포함하는 말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우리’는 때에 따라서 듣는 사람을 포함하지 않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 편이 너희 편보다 훨씬 잘해.”라고 하면 ‘우리’라는 말에 듣는 사람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우리’는 ‘저희’라는 겸양어로 표현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저희’는 듣는 사람을 포함시키는 의미로는 사용될 수 없고, 듣는 사람을 포함시키지 않을 때에만 사용하는 말이다. “저희 편이 훨씬 잘해요.”라고 할 수는 있지만, “우리는 하나다.”를 “저희는 하나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가끔 ‘저희 나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데, 올바른 말이 아니다. ‘저희’라는 말은 말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이 나이가 많거나 신분이 높거나 하여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경우에 사용되는 겸양어이다. 그런데 단체와 단체,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비록 힘의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평등한 위치에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높임과 낮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러한 관계는 한 개인이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 대상이 되지도 못하기 때문에, ‘저희 나라’가 아니라 ‘우리나라’로 쓰는 것이 알맞은 쓰임이다.

‘우리’의 쓰임 가운데 가장 독특한 것은, 이 말이 말하는 사람 자신을 가리키는 일인칭 단수로도 쓰인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외아들이면서도 내 어머니, 내 아버지를 ‘우리 어머니’, ‘우리 아버지’라고 한다든지, 자기 아내를 ‘우리 마누라’라고 하는 것이 이러한 예들이다. 이것은 문법적으로 따질 수 없는, ‘우리’라는 말의 독특한 속성으로 이해되고 있다.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8433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3974
936 [2013/08/12] 우리말) 초다짐과 입맷상 머니북 2013-08-12 3732
935 [2016/07/11] 우리말) 겨땀 -> 곁땀 머니북 2016-07-11 3732
934 [2007/04/26] 우리말) 싱싱하다 id: moneyplan 2007-04-26 3733
933 [2014/06/12] 우리말) 빠개다와 뽀개다 머니북 2014-06-12 3733
932 [2017/09/01] 우리말) 머드러기와 부스러기 머니북 2017-09-07 3733
931 [2007/11/30] 우리말) 반거들충이 id: moneyplan 2007-11-30 3735
930 [2008/10/20] 우리말) 하고하다와 허구하다 id: moneyplan 2008-10-20 3735
929 [2015/07/22] 우리말) 치덕치덕 머니북 2015-07-22 3735
928 [2014/01/27] 우리말) 엔간하다와 웬만하다 머니북 2014-01-28 3736
927 [2011/12/20] 우리말) 육감 머니북 2011-12-21 3737
926 [2017/05/11] 우리말) 협치 머니북 2017-05-11 3737
925 [2009/02/02] 우리말) 개차반 id: moneyplan 2009-02-02 3738
924 [2007/06/25] 우리말) 제 아들이 ㄴㄱ네요 id: moneyplan 2007-06-25 3739
923 [2011/05/31] 우리말) 삼사일과 사날 moneybook 2011-05-31 3739
922 [2012/09/05] 우리말) 돈 이야기 머니북 2012-09-05 3739
921 [2008/09/02] 우리말) 햇빛과 햇볕 id: moneyplan 2008-09-02 3740
920 [2008/09/25] 우리말) 비비대다와 뱌비대다 id: moneyplan 2008-09-25 3740
919 [2009/12/08] 우리말) 어리숙과 어수룩 id: moneyplan 2009-12-08 3740
918 [2012/12/31] 우리말) 운김 머니북 2013-01-02 3740
917 [2008/08/25] 우리말) 있습니다와 있음 id: moneyplan 2008-08-25 3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