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맑다와 곱다]
안녕하세요.
어제저녁 7시 10분쯤 KBS2에서 '맑은 육수'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그 육수는 마산 아귀찜을 만들면서 여러 번 거른 된장 물을 쓴다는 것을 소개하면서 나왔는데, 아무리 봐도 '맑은 육수' 같지는 않았습니다.
'맑다'는 "잡스럽고 탁한 것이 섞이지 아니하여 환하고 깨끗하다."는 뜻으로 물이 맑다, 맑은 공기를 마신다처럼 씁니다. 뭔가 속이 훤히 보이거나 또렷할 때 쓰는 말입니다. 반대말은 '탁하다' 정도 되지 싶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온 된장을 세 번 걸러 건더기가 없는 된장 물(육수)은 맑은 게 아니라 고운 겁니다. '곱다'는 "만져 보는 느낌이 거칠지 아니하고 보드랍다."는 뜻으로 고운 모시, 고운 소금, 가루를 곱게 빻다처럼 씁니다. 반대말을 '거칠다'정도 될 겁니다.
맑다와 곱다도 가르지 못하는 KBS2 방송, 그때 방송하시는 분들의 정신이 맑지 않았나 봅니다. 그렇죠? ^^*
그렇다고 사람이 맑지 않다거나 심성이 거칠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
참, 어제 방송에서 아나운서나 자막은 꼬박꼬박 '아귀'라고 하는데, 인터뷰하는 분들은 모두 '아구'라고 하더군요. 표준말과 현실이 이렇게 다릅니다. 언젠가 말씀드렸듯이 강남에서 건너온 콩이 '강남콩'이 아니라 '강낭콩'이 되었듯이, 아귀도 소리내기 편하게 아구라고 한다면 이 또한 복수표준어로 인정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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