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10] 우리말) 딴지와 딴죽

조회 수 4213 추천 수 0 2014.10.10 09:11:32

안녕하세요.

한글날 잘 보내셨나요?

1. '한글날'은 '한글의 날'이 아닙니다.
'어버이날', '어린이날'처럼 쓰는 게 바릅니다.
'스승의 날'도 '스승날'로 바꾸고, 
'성년의 날'과 '부부의 날'도 '성년날'과 '부부날'로 고쳐 부르는 게 더 우리말답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스승의 날'에 ‘딴지’를 거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의’를 너무 자주 쓰는 것에 ‘딴죽’을 거는 것뿐입니다.^^*

2. 딴지를 건다-성기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
‘딴지를 건다’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다. 신문 기고란을 읽다 보면, “글쓴이도 이 표현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는 말이 가끔 눈에 띄곤 하는데, 이 말은 사실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딴지’가 아니라, “글쓴이도 이 표현에 딴죽을 걸 생각은 없다.”와 같이 ‘딴죽’이라 해야 한다. 이미 동의하거나 약속한 일에 대하여 딴전을 부리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은 ‘딴지’가 아니라 ‘딴죽’이라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딴지’는 없고 ‘딴지치기’가 있다. 딴지치기는 옛사람들이 즐기던 놀이문화인 돈치기의 하나라고 한다. 동전을 벽에 힘껏 부딪치게 한 후, 동전이 벽에서 더 멀리 튀어나온 사람부터 돈이 떨어진 자리에 서서, 그 돈으로 다음 자리에 떨어진 돈을 맞혀서 따먹는 놀이라고 한다. 이 놀이를 ‘따니’라고도 하는데, 요즘에는 거의 볼 수 없는 놀이라 그런지 ‘따니’라는 말이 무척 낯설다.

자기가 하는 말에 자꾸 딴죽을 거는 사람이 있으면 참 얄미울 것 같다. 얄미운 마음이 심해지다 보면 한 번씩 노려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눈을 치뜨고 노려보는’ 행위를 ‘치떠보다’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것도 바른 말이 아니다. 표준말은 ‘치떠보다’가 아니라 ‘칩떠보다’이다. “그렇게 칩떠보면 어쩔 거야?”처럼 말해야 한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틀린자막 몇 개]

연휴 잘 보내셨나요?

지난주 토요일 8:12 SBS '뱃속에 오이 있다.'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뱃속은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고,
창자가 있는 배의 속은 '배 속'이라 써야 합니다.

일요일 7:19 SBS에서
애를 밴 배부른 여자더러 '임산부'라하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임산부는 애를 밴 여자와 애를 낳은 여자인 "임부와 산부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고,
애를 밴 여자는 '임신부'입니다.

같은 방송 7:44
'따 논 당상'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따로 떼어 놓은 당상이 옳고
따 놓은 당상이라고도 쓸 수 있다고 사전에 나와 있으나 이 또한 '따 놓은' 이라고 써야지 '따 논'이라고 쓰면 안 됩니다.

월요일 아침 6:58 SBS 뉴스에서
'제 86회 어린이날'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제와 86은 붙여 써야 합니다.
'제86 회'가 맞고,
숫자 뒤에 오는 단위는 붙여 쓸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제86회'로 써도 됩니다.

월요일 저녁 6:55 KTV에서 '설레임이 있다'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리다."는 뜻의 낱말은 '설레다'이고
이의 명사형은 '설렘'이지 '설레임'이 아닙니다.

월요일 저녁 7:07 KBS 뉴스에서 진행자가 기자에게 '많이 막히냐'고 물어봤습니다.
주말에 차가 한꺼번에 몰려 차가 잘 나가지 않는 것은 막히는 게 아니라 밀리는 겁니다.
막힌 길은 갈 수 없고, 밀리는 길은 천천히 라도 갈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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