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좀이 슬다와 좀이 쏠다]
안녕하세요.
며칠 전 애들이 이 층 침대를 사달라고 조르더군요. 아내와 상의해서 침대를 사주기로 했습니다. 어제저녁에는 침대 놓을 자리를 잡느라 소파를 좀 옮겼습니다. 평소에 자주 청소를 한다고 하지만, 소파 밑에는 여전히 지저분하더군요. ^^*
평소에 자주 안보던 곳을 보면 나무에 좀이 슬거나 심지어 쥐나 좀이 갉아먹은 것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저희 집이 그랬다는 게 아니라... 그럴 때 흔히 좀이 슬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건 좀이 슨 게 아니라 좀이 쏠은 겁니다.
'슬다'는 "벌레나 물고기 따위가 알을 깔기어 놓다."는 뜻으로 장독에 파리가 쉬를 슬다, 벌레가 잎에 알을 슬었다처럼 씁니다. 알을 놨다는 뜻이지 나무가 갉아 없어진 게 아닙니다.
'쏠다'는 "쥐나 좀 따위가 물건을 잘게 물어뜯다."는 뜻으로 누에가 뽕잎을 쏠아 먹다, 쥐가 문을 쏠았다처럼 씁니다. 나무 따위를 쥐가 갉아 놓은 것에 쓸 수 있는 낱말이 바로 이 '쏠다'입니다.
따라서, 좀이 나무를 갉아 먹은 것을 보고는 좀이 슬었다고 하지 않고, 좀이 쏠다고 해야 맞습니다.
저 나무는 좀이 쏠아 이제는 쓸 수가 없겠다, 자주 닦지 않으면 좀이 쏘니 조심해라 처럼 써야 합니다.
슬다나 쏠다나 소리도 비슷하고 쓰임도 비슷하니 아무것이나 써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말을 우리가 아끼고 다듬지 않으면 누가 살펴주겠습니까?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가 내립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한글문화연대라는 곳이 있습니다.http://www.urimal.org 다른 나라 말에 더럽혀진 우리 말글을 가꾸며 우리 문화와 학문을 발전시키고자 만든 단체입니다. 방송인 정재환 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어제 그곳에서 온 누리 편지(이메일)에 재밌는 게 있어서 함께 나눌게요.
대개 '메트로'를 영어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원래 메트로도 우리말에서 온 것이다. 지하철이 땅 밑으로 다닌다고 해서 '밑으로 밑으로' 하다가 '메트로'가 된 것이다. 흔히 휴대전화를 핸드폰이라고 하는데 핸드폰은 콩글리시이고 영어는 '셀룰러폰'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그것도 잘못 알려진 것이다. '셀룰러'의 어원 역시 우리말이다. 세게 누르라는 우리말 사투리 '쎄리눌러'가 변해 '셀룰러'가 된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 정재환 씨가 한 농담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