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01] 우리말) 도 긴 개 긴

조회 수 2970 추천 수 0 2014.12.01 11:18:01

'도 긴 개 긴'이라고 하면 
도로 가는 길이나 개로 가는 길이나 그게 그거다는 뜻으로
거기서 거기, 도토리 키 재기, 오십보백보라는 뜻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어제저녁에 오랜만에 개그콘서트를 봤습니다.
‘도찐개찐’이라는 소제목을 단 개그가 있더군요.
그건 틀린 말입니다.

흔히, 비슷비슷한 것, 또는 거기서 거기인 것, 도토리 키 재기처럼 별 차이 없는 것을 말할 때,
도찐개찐이나 도길개길이라고 하는데, 
그럴 때는 '도 긴 개 긴'이라고 해야 합니다.

여기서 '긴'은
"윷놀이에서,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거리."를 뜻하는 낱말입니다.
긴이 닿다, 모와 윷을 놓으니 걸 긴이 되었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도 긴 개 긴'이라고 하면 
도로 가는 길이나 개로 가는 길이나 그게 그거다는 뜻으로
거기서 거기, 도토리 키 재기, 오십보백보라는 뜻이 됩니다.

개그를 개그로 봐야지 거기에 맞춤법을 들이대면 안 된다는 분이 계십니다.
맞습니다. 개그는 개그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런 개그도 이왕이면 바른 글과 말로 웃길 수 있으면 더 좋다고 봅니다.
개그니까 맞춤법이 틀려도 이해를 해줘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바른말과 옳은 글로 얼마든지 웃길 수 있고, 무엇보다 깊은 감동을 줄 수도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방귀 뀌다와 방구 끼다]

안녕하세요.

어제 보낸 편지에 틀린 게 있네요.
'이야기하다 보니 편지를 미쳐 못썼습니다.'라고 썼는데 '미처'가 맞습니다.
'못하다', '않다', '없다', '모르다' 따위의 부정어와 함께 쓰여 "아직 거기까지 미치도록"의 뜻인 어찌씨(부사)는
'미쳐'가 아니라 '미처'입니다.
제 생각이 '미처' 거기에 못 미친 걸 보니 제가 '미쳤'나 봅니다. ^^*

오늘은 오랜만에 저희 집 애들 이야기 좀 해 볼까요?
제 아들은 이제 겨우 네 살입니다. 그래 봐야 35개월입니다.
이제 막 말문이 트여 제법 말을 잘합니다. 두 살 위 누나와 말다툼도 잘합니다. ^^*

오늘 아침에 누나가 방귀를 뀌니
"에이~~~ 방귀!"라고 정확하게 소리를 냅니다.
방송에서도 흔히 방구라고 하는데 저희 집 애들은 '방귀'라고 정확하게 소리를 냅니다.
또, 끼다고도 안 하고 뀌다고 합니다.
'방구 끼다'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도 '방귀 뀌다'고 합니다.
어린아이가 발음하기에는 다소 어려울 것 같은데도 애써 정확하게 소리냅니다. 기특하게도...^^*

방구가 아니라 방귀가 맞다는 것은 몇 번 말씀 드린 것 같네요.
오늘은 뀌다와 끼다를 갈라볼게요.

'뀌다'는 "(방귀를) 몸 밖으로 내어 보내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방귀를 뀌는 거죠.

'끼다'는 
안개가 끼다, 때가 끼다, 깍지를 끼다처럼
때나 먼지 등이 엉겨붙다는 뜻과 다른 것을 덧붙이거나 겹치다는 뜻으로 씁니다.

소리가 비슷한 '꾸다'는 
'꿈'과 관련된 이름씨와 함께 쓰여 "꿈을 보다."는 뜻입니다. 꿈을 꾸는 거죠.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합니다.
오늘은 방귀를 뀌고 나면 먼저 사과할 줄 아는, 부끄러움을 아는 하루로 지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주위에 언제나 공기가 있어 그 소중함을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함께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모르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나와 남의 뜻을 듣고 말할 수 있기에 그 소중함을 모르는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소중한 우리말이 있기에 
언제 어디서나 나와 남의 뜻을 듣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지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말을 잘 다듬고 보듬으며 가꿔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공기가 없으면 숨을 쉬지 못하고 죽으면서 그 소중함을 알 것이고,
가족이 없으면 외로움을 느끼면서 그 소중함을 알 것입니다.
우리말이 없어지고 나서, 외국어 외래어에 다 더럽혀지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아야 할까요?

저는
맑고 깨끗한 공기가 좋듯이
바르고 고운 우리말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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