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쓰는 표현, 그것이 정확히 바른 말은 아니라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쓰는 표현을 꼭 틀렸으니 써서는 안된다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개그콘서트 피디]

안녕하세요.

새벽부터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오가시면서 눈길이나 빙판길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1.
며칠 전에
개그콘서트에 나온 '도찐개찐'은 '도 긴 개 긴'으로 써야 한다는 편지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편지를 보시고 담당 피디께서 답장을 보내오셨기에, 허락을 받고 여기에 붙입니다.
판단은 여러분 몫입니다. ^^*


[공유 허락하는 편지]
공유하시는 건 상관없습니다만,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필요하시다면 공유하셔도 좋습니다.
사실 제작진에서도 '도찐개찐'으로 정할 때까지 많이 고민한 부분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말 편지 열심히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처음 보낸 편지]
안녕하세요? 언제부터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래전부터 보내 주신 우리말123 편지에 늘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제야 고맙다는 말을 전하게 되네요.

전 <개그콘서트> PD입니다.
<도찐개찐>에 대한 글을 보내 주셔셔, 그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을 하려고 이렇게 답장을 보내네요^^
'도 긴 개 긴'이 올바른 표현이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송언어가 당연히 바른 말을 써야한다는 것도 백번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TV프로그램 혹은 대중문화에서는 언어의 '대중성'과 '일반성'에 대한 부분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쓰는 표현, 그것이 정확히 바른 말은 아니라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쓰는 표현을 꼭 틀렸으니 써서는 안된다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치 '짜장면'이 표준어로 인정된 것과 같은 맥락이겠지요. 

'도 긴 개 긴'이란 표현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생소한 표현이기도 하고, '도찐개찐'이 무조건 틀렸다고 하기도 어려운 말입니다.
왜냐하면 '도찐개찐'은 '도 긴 개 긴'의 사투리이기 때문이죠. 물론 자장면-짜장면처럼 '진'이 '찐'으로 된소리가 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실제로 노래제목, 가사나 혹은 코미디 코너의 제목 등에는 사투리가 많이 사용됩니다. 
기억나실 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괜찮아유>라는 충청도 사투리가 제목인 코너도 있었죠. 

문학에서도 '시적허용'이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그 작품의 맥락에서 꼭 바른말, 표준어가 아니더라도 필요한 경우라면
맞춤법의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문화적인 포용성을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문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써 코미디 프로그램에도 좀 더 관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우리말 편지에 고마움을 전하면서,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2.
지금은 없어졌지만, 개그콘서트에서 '뿜엔터테인먼트'라는 게 있었습니다.
'~느낌 아니까~', '~하고 가실게요', '자나 자나'같은 유행하는 말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죠.
그때 쓴 <~하고 가실게요>는 틀린 말입니다. 
그런 지적에 방송사에서는 2013. 9. 1. 아래와 같은 자막을 내 보내고, 방송은 그대로 했습니다.

주의!
<~하고 가실게요>는 주체 높임형 선어말어미 '-시'와
약속형 종결어미 '-ㄹ게'가 함께 쓰인 잘못된 표현으로,
<~할게요/~하겠습니다>가 바른 표현입니다.


이 판단 또한 여러분에게 맡깁니다. ^^*


고맙습니다.

오늘 편지가 좀 길어서
예전에 보낸 편지는 붙이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9203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4748
636 [2010/01/15] 우리말) 구형과 선고 id: moneyplan 2010-01-15 3317
635 [2008/07/14] 우리말) 아름답다 id: moneyplan 2008-07-14 3317
634 [2008/06/20]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8-06-20 3316
633 [2015/02/03] 우리말) 발자국 소리/공향 머니북 2015-02-03 3315
632 [2013/02/15] 우리말) 물물이 머니북 2013-02-15 3315
631 [2011/01/10] 우리말) 함바 moneybook 2011-01-10 3315
630 [2010/12/17] 우리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moneybook 2010-12-17 3315
629 [2016/11/04] 우리말) 농단 머니북 2016-11-04 3314
628 [2015/04/28] 우리말) 초등 교과서에 한자 병기가 필요 없는 이유 머니북 2015-04-28 3314
627 [2014/07/31] 우리말) 비게질 머니북 2014-07-31 3314
626 [2012/03/20] 우리말) 냉이국이 아니라 냉잇국 머니북 2012-03-20 3314
625 [2016/05/16] 우리말) 살판 머니북 2016-05-17 3313
624 [2016/02/23] 우리말) 무진장 머니북 2016-02-25 3313
623 [2009/10/30] 우리말) 동서남북과 세한마높 id: moneyplan 2009-10-30 3313
622 [2015/10/08] 우리말) 우리말로 학문하기 머니북 2015-10-13 3312
621 [2015/07/24] 우리말) young鷄 50% 할인! 머니북 2015-07-27 3312
620 [2012/05/22] 우리말) 군에서 따까리, 시다바리 따위 말 안 쓴다 머니북 2012-05-22 3312
619 [2012/01/20] 우리말) 설 말뿌리 머니북 2012-01-20 3312
618 [2011/03/07] 우리말) 나르다와 날다 moneybook 2011-03-07 3312
617 [2010/05/27] 우리말) 성을 먼저 쓰고 그 다음에 이름을... id: moneyplan 2010-05-27 3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