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2] 우리말) 빌리다와 빌다

조회 수 3062 추천 수 0 2014.12.22 09:59:59

인사말을 하는 자리에서는
'이 자리를 빌려...'라고 해야 바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오후부터 뜬금없는 눈이 내렸습니다.
올해는 유달리 눈이 많이 내리네요. 내년에도 풍년이 들려나 봅니다. ^^*

해끝(연말)이 다가오니 여기저기서 모임이 많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
"이 자리를 빌려 누구누구에게 감사하고..."입니다.

오늘은 '빌리다'와 '빌다'를 갈라보겠습니다.
'빌리다'는 "남의 물건이나 위를 나중에 도로 돌려주거나 대가를 깊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는 뜻과 함께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하여 따르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성인의 말씀을 빌려 설교하다, 그는 수필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기의 속 이야기를 풀어 갔다, 신문에서는 이 사건을 고위 관리들의 말을 빌려 보도했다처럼 씁니다.

'빌다'는 "바라는 바를 이루게 하여 달라고 신이나 사람, 사물 따위에 간청하다"라는 뜻과 "잘못을 용서하여 달라고 호소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빌려'는 '빌리다'의 준말이고,
'빌어'는 '빌다'의 준말입니다.

따라서,
인사말을 하는 자리에서는
'이 자리를 빌려...'라고 해야 바릅니다.

한 해가 다 갑니다.
저도 이 자리를 빌려 우리말 편지를 아껴주시는 분들께 여러 가지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꾸준히 읽어주셔서 고맙고, 가끔 빼먹어도 나무라지 않고 기다려 주셔서 고맙고, 앞으로도 편지를 보낼 것이라고 기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하이브리드]

안녕하세요.

우산 챙겨오셨죠?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자전거를 타고 나올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는 차가 좋죠. ^^*
요즘 기름 값이 비싸니까 차를 살 때 하이브리드차를 사야 한다고 하네요.
하이브리드...

언젠가 퍼지와 클러스터 이야기를 해 드렸죠?
오늘은 하이브리드 이야기를 해 볼게요.

먼저,
사전에 있는 하이브리드(hybrid)의 뜻은 '잡종'입니다.
원래 이 말은 집돼지와 멧돼지의 변종교배를 나타내는 것으로
집돼지와 멧돼지를 교배해 나온 잡종 돼지를 표현할 때 쓰던 낱말입니다.

곧, "서로 다른 두 가지가 섞여 있음. 또는 그런 물건"의 뜻으로 쓰게 되어
'하이브리드 카'는 휘발유와 전기를 번갈아 동력으로 사용하여 연비를 높이고 유해가스 배출량을 줄인 차를 뜻합니다.
하이브리드 컴퓨터니 하이브리드 칩이니 하는 것도 모두 그런 뜻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2004년 12월에 하이브리드를 갈음하는 우리말로 '어우름'을 뽑았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하이브리드'와 '어우름'모두 올라 있지 않습니다.

'에너지'는 이미 우리말로 굳어버린 외래어입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는 아직 우리말로 굳지 않았습니다. 
빨리 하이브리드를 갈음할 좋은 우리말을 찾거나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 에너지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럴 때 이 낱말을 다듬으면 좋다고 봅니다.
나중에는, 이 말이 굳어버리고 나면 우리말로 바꿀 수 없습니다. 
하이브리드가 우리말(외래어)로 자리를 잡아버리게 됩니다.

제가 아무런 힘이 없네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7640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3206
2456 [2010/08/12] 우리말) 야코 moneybook 2010-08-12 3024
2455 [2016/06/24] 우리말) 골탕 머니북 2016-06-26 3024
2454 [2009/08/10] 우리말) 틀린 말 몇 개 id: moneyplan 2009-08-14 3026
2453 [2014/11/17] 우리말) 막냇동생 머니북 2014-11-17 3026
2452 [2008/12/13] 우리말) 제가 누구냐고요? id: moneyplan 2008-12-13 3027
2451 [2010/07/08] 우리말) 처서가 아니라 소서 moneybook 2010-07-08 3028
2450 [2016/06/08] 우리말) 나달 머니북 2016-06-10 3028
2449 [2010/10/13] 우리말) 달걀노른자처럼 샛노란 색 moneybook 2010-10-13 3029
2448 [2015/06/22] 우리말) 유월 머니북 2015-06-22 3029
2447 [2016/04/12] 우리말) 발표할 때... 머니북 2016-04-16 3029
2446 [2008/07/17] 우리말) 압화와 누름꽃 id: moneyplan 2008-07-17 3030
2445 [2009/03/07] 우리말) 어머니 글(예전에 보낸 편지) id: moneyplan 2009-03-09 3030
2444 [2015/06/16] 우리말) 헛얼 머니북 2015-06-17 3032
2443 [2009/04/02] 우리말) 예전 편지만 붙입니다. id: moneyplan 2009-04-02 3033
2442 [2009/04/27] 우리말) 삼천리강산 id: moneyplan 2009-04-27 3033
2441 [2010/05/03] 우리말) 가축 id: moneyplan 2010-05-03 3033
2440 [2009/06/25] 우리말) 배참 id: moneyplan 2009-06-25 3035
2439 [2013/11/07] 우리말) 족집게와 [족찝께] 머니북 2013-11-08 3036
2438 [2015/07/14] 우리말) 도긴개긴 머니북 2015-07-15 3036
2437 [2009/07/24] 우리말) 직수굿하다 id: moneyplan 2009-07-24 3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