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08] 우리말) 많다와 잦다(2)

조회 수 3511 추천 수 0 2015.01.09 08:53:31

제 생각에 '잦다'는 간격을 기준으로 한 표현인 것 같고, '많다'는 전체 횟수를 기준으로 한 표현인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를 보시고 유영희 님이 댓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유영희 님의 허락을 받고 여러분과 같이 읽고자 합니다.

안녕하세요?
'잦다'와 '많다'의 쓰임에 대한 편지 잘 받아보았습니다. 제 생각에 '잦다'는 간격을 기준으로 한 표현인 것 같고, '많다'는 전체 횟수를 기준으로 한 표현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많다'라는 것이 딱히 바르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다만, 상황으로 보아 '잦다'라는 표현이 적절할 때가 많을 것 같기는 합니다.  

그리고 이와는 관계없는 의견이 하나 있는데, 답장 쓰는 김에 내친 김에 더 쓸게요. 
요즘 구제역이 또 발생해서 걱정이 많습니다. 최근 어느 신문에 우리에 있는 소 사진을 싣고 언젠가 구제역이 발생해서 소 67,000마리를 살처분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살처분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산 채로 매장하는 건데 살처분이라고 하면 마치 죽여서 처분한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들어서 뭔가 상황의 심각성을 흐리게 하는 기능을 한다고 봅니다. 게다가 '살처분'이라는 말이 국어사전에는 아직 올라와 있지도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 혼자 '생처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을 저희 애한테 말했더니,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하네요. 
살처분이라면 '죽인 후 없앤다'가 아니라 '죽이는 방법으로 처리한다'의 의미라고 이해할 수 있고, 실제로 저희 아이는 그렇게 생각해서 별 무리 없어 보인다고요. 오히려 '생처분'이라고 하면 '산 채 매장한다'가 아니라 '살아있게 한다'로 오해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 말을 듣고 국어사전에는 없는 단어지만 인터넷에서 '살처분'을 쳐보니, 구제역에 전염된 동물들을 처리하는 방법에는 '생매장처분'과 '소각처분'이 있다고 합니다. '소각처분'은 '죽인 후 태워 없앤다'여서 '죽인 후 없앤다'에 해당하더라고요. (어떻게 죽이는지는 아무리 찾아도 없네요.)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생매장처분'을 주로 쓰고 있지만, 일부 '소각처분'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그렇다면 오해의 여지도 있고 사실과도 딱 맞지 않는 '생처분'이라는 단어로 바꾸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이네요. 경각심을 살리자고 '생매장처분' '소각처분' 이렇게 구분해서 쓰자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사람이 고기를 값싸게 많이 먹기 위해서 대량사육하다가 동물들이 병에 걸리고 생매장도 당한다고 생각하니 새삼스레 가슴이 저며오는 기분이 들고 고기맛도 뚝 떨어져요. 그런데 살처분이라고 하면 당연히 죽어야 할 동물을 '죽여서' 없애는 것 같아서 다른 단어로 바꾸면 좋겠는데, '생처분'도 딱 맞는 것 같지는 않아요. 좋은 단어가 없을까요? 

이미 있는 바른말 쓰기 운동하기도 어려운데, 없는 말 생각하자고 의논 드리니 짐을 하나 얹어 드리는 것 같네요. 
그래도 의논드릴 데가 여기밖에 없군요. ㅠ.ㅠ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7456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3054
2676 [2015/02/06] 우리말) 터앝 머니북 2015-02-09 2636
2675 [2016/06/01] 우리말) 국보 1호? 머니북 2016-06-02 2645
2674 [2015/10/13] 우리말) 찌푸리다 머니북 2015-10-15 2697
2673 [2009/04/24] 우리말) 탈크와 탤크, 그리고 식약청 답변 id: moneyplan 2009-04-24 2702
2672 [2015/01/12] 우리말) 우리는 한국인인가?(박남 님 편지) 머니북 2015-01-12 2710
2671 [2015/05/11] 우리말) 일부와 일대 머니북 2015-05-12 2730
2670 [2014/05/23] 우리말) 다이어트 머니북 2014-05-23 2735
2669 [2015/08/24] 우리말) 풋낯과 풋인사 머니북 2015-08-25 2735
2668 [2015/03/11] 우리말) 무수다 머니북 2015-03-11 2738
2667 [2016/04/25] 우리말) 선물과 물선 머니북 2016-04-26 2747
2666 [2015/08/20] 우리말) 배지 머니북 2015-08-20 2749
2665 [2013/12/02] 우리말) 녘 머니북 2013-12-02 2756
2664 [2016/07/27] 우리말) 볏과 벼슬 머니북 2016-08-10 2758
2663 [2016/05/19] 우리말) 씁쓸하다 머니북 2016-05-20 2769
2662 [2016/03/09] 우리말) 꽃샘추위/잎샘추위/꽃샘잎샘 머니북 2016-03-10 2773
2661 [2013/11/22] 우리말) '가다'와 '하다'의 쓰임이 다른 까닭은? 머니북 2013-11-22 2777
2660 [2016/03/31] 우리말) 감치다 머니북 2016-04-01 2778
2659 [2015/08/26] 우리말) 붓다(2) 머니북 2015-08-26 2782
2658 [2016/01/25] 우리말) 망고하다 머니북 2016-01-26 2783
2657 [2009/01/09]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9-01-09 2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