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17] 우리말) 피로연

조회 수 2790 추천 수 0 2015.04.17 08:59:46

‘피로연’은 기쁜 일이 있을 때 음식을 차리고 손님을 청하여 즐기는 잔치이다. 꼭 혼례식 때만 쓰는 말이 아니라, ‘회갑 피로연’, ‘생일 피로연’ 등으로 널리 쓸 수 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읽겠습니다.


피로연은 피로를 풀어주는 잔치?    성기지 운영위원

봄빛 짙어지고 봄꽃 흐드러지게 피면서 예식장들은 신이 났다. 요즘엔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는 것을 다들 ‘결혼’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전통적인 한자말은 ‘혼인’이다. 예부터 ‘혼인식’이나 ‘혼례식’이라고 하였지, ‘결혼식’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 한국어에서 ‘혼인’과 ‘결혼’은 모두 표준말이다.

혼인과 같은 경사스러운 일에 초대하는 편지는 ‘초청장’이라 하지 않고 따로 ‘청첩장’이라고 말한다. 혼인을 알리는 청첩장에 ‘화혼’이라고 쓰인 것을 가끔 볼 수 있는데, ‘화혼’이라는 말이 혼인을 신부 입장에서 따로 부르는 말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화혼은 예전에 혼인을 청첩장에 한자로 쓸 때 멋스럽게 쓰느라 따로 만들어 쓰던 말이었다. ‘혼인’이나 ‘결혼’, ‘화혼’은 모두 같은 말이다.

혼례식이 끝나고 갖는 음식 잔치를 ‘피로연’이라고 한다. ‘피로연’은 기쁜 일이 있을 때 음식을 차리고 손님을 청하여 즐기는 잔치이다. 꼭 혼례식 때만 쓰는 말이 아니라, ‘회갑 피로연’, ‘생일 피로연’ 등으로 널리 쓸 수 있다. 자칫 ‘피로연’을 혼인 당사자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잔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때의 ‘피로’는 “몸이 지치고 힘들다.”는 ‘피로’가 아니라, “일반에게 널리 알린다.”는 뜻의 ‘피로’이다. 어려운 한자말을 우리말로 다듬어 써야 하는 까닭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낱말이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햇덧]

안녕하세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지만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갑니다.
벌써 가을이고, 벌써 9월 중순이 넘었습니다.
이제는 밤이 길어지는 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침 6시에 보면 아직도 어둑어둑하고,
저녁 7시만 넘으면 어둠이 깔립니다. 며칠 전만 해도 그 시간에는 해가 중천에 있었는데...
이렇게 세월이 흘러가기에 덧없다고 하나 봅니다.

'덧'은 "얼마 안 되는 퍽 짧은 시간"을 뜻합니다.
'덧없다'는 그림씨(형용사)로 "알지 못하는 가운데 지나가는 시간이 매우 빠르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덧없는 세월이죠.

요즘처럼 해가 짧아지는 게 보이는 것 같은 때를 '햇덧'이라고 합니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 데서 따와 '햇덧'이라는 멋진 낱말을 만들었나 봅니다.

햇덧은 굳이 낱말 뜻을 설명하지 않아도
해거름의 쓸쓸함이 묻어 있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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