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하고하다와 허구하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여전히 일터에 나와서 일했습니다. 일요일 오전에 식구 모두 마라톤하고 오후에는 다시 일터에 나오니까 딸내미가 한마디 하더군요. "아빠는 왜 일요일도 회사에 나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입니다. 왜 허구헌날 일만 하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
오늘은 하고하다와 허구하다를 갈라볼게요. '하고하다'는 토박이말로 '하고많다'와 같은 뜻으로 "많고 많다"는 뜻입니다. 하고많은 것 중에서 왜 하필이면 썩은 것을 골랐느냐, 남편을 기다리며 이렇게 하고많은 나날을 독수공방으로 보내야 하다니처럼 씁니다.
'허구하다'는 許久하다는 한자말로 "날, 세월 따위가 매우 오래다."는 뜻입니다. 허구한 세월, 허구한 날 팔자 한탄만 한다, 허구한 날 술만 퍼마시고 다녔다처럼 씁니다.
이처럼 두 낱말의 쓰임새가 거의 같습니다. 허구하다의 한자 許久를 우리말로 바꾼 게 하고하다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하고많은 사람 가운데 왜 내가 이 고생을 하는지 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 집니다. 그러나 내 딸이 하고많은 사람 가운데 나를 골라서 찾아와 준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해 집니다.
허구한 날 이 고생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에 오늘도 웃으면서 삽시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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