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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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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힐 때와 부딪칠 때-성기지 운영위원
복잡한 지하철을 타게 되면 손의 위치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칫 성추행의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사는 세상이라지만, 절대로 부대끼면 안 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손의 위치보다도 간간이 나오는 잔기침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인한 재채기가 더욱 신경 쓰인다. 메르스는 마침내 사람과 사람 사이를 2미터 밖으로 떨어트렸다.
2미터 접근도 용납 않는 이 살벌한 시국에, 지하철에서 내리고 타는 사람끼리 부딪게 되는 참사가 벌어졌다고 하자. 이럴 경우에는 ‘부딪힐’ 때와 ‘부딪칠’ 때가 있을 수 있다. 부딪힌 경우에는 서로 사과하며 지나쳐 가야지, 시비를 일으킬 일이 아니다. 둘 다 의도하지 않게 부딪음을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부딪쳤다’면 시비가 따르게 된다. 피동의 뜻을 나타내는 ‘부딪히다’와는 달리, 의도적이거나 능동적인 상황을 나타낼 때에는 ‘부딪다’를 강조한 ‘부딪치다’를 쓴다.
예를 들면, “두 손바닥을 서로 부딪쳤다.”고 할 때에는 ‘부딪치다’로 쓰고, “한눈팔다가 간판에 부딪혔다.”라든지,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면 도움을 요청해라.”고 할 때에는 ‘부딪히다’로 쓰면 된다. 말하자면, ‘부딪다’를 강조하여 이르는 ‘부딪치다’는 능동사이고, ‘부딪히다’는 ‘부딪다’의 피동사이다. 부딪는 행위가 능동적(또는 의도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두 낱말을 구분해서 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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