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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부딪힐 때와 부딪칠 때-성기지 운영위원

복잡한 지하철을 타게 되면 손의 위치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칫 성추행의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사는 세상이라지만, 절대로 부대끼면 안 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손의 위치보다도 간간이 나오는 잔기침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인한 재채기가 더욱 신경 쓰인다. 메르스는 마침내 사람과 사람 사이를 2미터 밖으로 떨어트렸다.

2미터 접근도 용납 않는 이 살벌한 시국에, 지하철에서 내리고 타는 사람끼리 부딪게 되는 참사가 벌어졌다고 하자. 이럴 경우에는 ‘부딪힐’ 때와 ‘부딪칠’ 때가 있을 수 있다. 부딪힌 경우에는 서로 사과하며 지나쳐 가야지, 시비를 일으킬 일이 아니다. 둘 다 의도하지 않게 부딪음을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부딪쳤다’면 시비가 따르게 된다. 피동의 뜻을 나타내는 ‘부딪히다’와는 달리, 의도적이거나 능동적인 상황을 나타낼 때에는 ‘부딪다’를 강조한 ‘부딪치다’를 쓴다.

예를 들면, “두 손바닥을 서로 부딪쳤다.”고 할 때에는 ‘부딪치다’로 쓰고, “한눈팔다가 간판에 부딪혔다.”라든지,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면 도움을 요청해라.”고 할 때에는 ‘부딪히다’로 쓰면 된다. 말하자면, ‘부딪다’를 강조하여 이르는 ‘부딪치다’는 능동사이고, ‘부딪히다’는 ‘부딪다’의 피동사이다. 부딪는 행위가 능동적(또는 의도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두 낱말을 구분해서 쓸 수 있는 것이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관용구란?]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가 좀 늦게 갔죠?
어제 아침에 일터에 나오자마자 여기저기서 폭탄이 터지는 바람이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10시 넘어서야 편지를 보냈었습니다.
보통은 아침 8시 반쯤에 편지를 보내는데 바쁘면 가끔 늦게도 보냅니다. 어제처럼 그리고 오늘처럼...
그랬더니 편지 보내는 시각을 일정하게 해 달라는 분이 많으시네요.
수시로 편지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눈 밖에 나고 싶지 않으니 그런 분들이 더 많으시다면 일정한 시간에 편지를 보내도록 힘쓰겠습니다. ^^*
앞날 편지를 써 놓고 다음날 아침에 자동으로 발송되게 해 놓거나,
8시쯤에 편지를 쓰고 10시 정각에 발송되도록 예약을 해 두면 일정한 시각에 편지가 갈 겁니다.
그렇게 하는 게 지금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시면 댓글을 달아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는 한 분이라도 더 우리말에 관심을 두실 수 있다면 제가 좀 힘들어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잔소리가 좀 길었네요. ^^*

앞에서 눈 밖에 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런 것을 관용구라고 합니다.
관용구는 두 개 이상의 낱말이 모여 각각의 뜻만으로는 전체의 뜻을 알 수 없는 특수한 뜻을 나타내는 어구를 뜻합니다.
보기를 들자면,
발이 넓다고 하면 발 크기가 크다는 게 아니라 사교성이 좋다는 뜻이고,
귀가 얇다고 하면 남의 말에 솔깃하여 쉽게 믿는다는 뜻이고,
귀에 못이 박히다고 하면 같은 말을 여러 번 듣는다는 뜻이며,
깨가 쏟아진다고 하면 아기자기하여 몹시 재미가 난다는 뜻입니다.
설마,
눈에 불을 켜다는 것을 두고 눈에서 불이 나는 도깨비를 떠올리시는 분은 안 계시죠? ^^*
머리를 짠다는 말을 듣고 끔찍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몹시 애를 써서 궁리한다는 생각을 쉽게 떠올리실 겁니다.
그런 게 바로 관용구입니다.

이런 관용구가 널리 쓰게 되면 사전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눈에 가시는 몹시 밉거나 싫어 늘 눈에 거슬리는 사람을 뜻하는데,
'눈엣가시'로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웃음엣짓'도 웃기느라고 하는 짓이라고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관용구를 잘 살려 쓰면 맛 말이 살아납니다.
오늘은 주위 분들에게 기쁨을 주고자 웃음엣짓이나 웃음엣소리, 웃음엣말 한 번 해 보시는 게 어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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