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14] 우리말) 도긴개긴

조회 수 3078 추천 수 0 2015.07.15 16:26:27

'도 긴 개 긴', '도긴 개긴', '도긴개긴' 모두 바릅니다.
그러나 '도찐개찐'은 표준말이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태풍이 지나간 뒤라서 그런지 그리 덥지 않아 좋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말 '긴'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윷놀이에서,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거리"로
긴이 닿다, 모와 윷을 놓으니 걸 긴이 되었다처럼 쓴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비슷해서 견주어 볼 필요가 없음을 뜻할 때
'도 긴 개 긴'으로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쓰면, 읽고 쓰기 불편하므로
단음절로 된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때에는 붙일 수 있도록 한 한글맞춤법 규정에 따라 '도긴 개긴'으로 써도 된다고 했습니다.

지난 6월 22일, 국립국어원이 한발 더 나가서 '도긴개긴'도 표제어로 올렸습니다.
'도 긴 개 긴', '도긴 개긴', '도긴개긴' 모두 바릅니다.

그러나
'도찐개찐'은 표준말이 아닙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잔불과 뒷불]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에서 '잔불'이 틀렸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늘은 잔불 이야기입니다.
며칠 전에 이천 물류창고에서 불이 났었죠?
그 불이 꺼진 뒤 '잔불'정리하는 중이라는 뉴스가 자주 들렸습니다.

여러분, 잔불을 타다남은 불쯤으로 알고 계시죠?

'잔불'은
작은 짐승을 잡는 데 쓰는 화력이 약한 총알을 뜻합니다.
반대로 '된불'은
바로 급소를 맞히는 총알이라는 뜻입니다.

(산)불이 꺼진 뒤에 타다 남은 것이 다시 붙어 일어난 불은 '뒷불'입니다.
일단 진화는 되었지만 뒷불을 조심해야 한다처럼 씁니다.

이렇게 뒷불이라는 멋진 우리말이 있고,
잔불은 활활 타는 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지금 쓰는 우리네 사전에도 그렇게 올라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가지고 계신 사전을 뒤져보십시오.
'잔불'에 뭐라고 풀이가 되어 있고, '뒷불'을 뭐라고 풀어놨는지...
이게 맞습니다.
이게 마땅합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언제부터인가 '잔불'아래에 
잔-불(殘-)을 살며시 넣어놓고
타고 남은 불과 꺼져 가는 불이라는 풀이를 달아 놨습니다.
제 기억에 2006년 이후에 인터넷판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른 것 같습니다.

모름지기 사전은 말글살이의 길라잡이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었겠죠.
그런 훌륭한 사전에서 '뒷불'이라는 좋을 말을 널리 퍼트리지는 못할망정
없던 잔-불(殘-)을 사전에 올려 그 낱말을 쓰라고 하는 건가요?

그래놓고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 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걸 보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
좋은 우리말을 살려서 쓰려고 힘써야지 굳이 한자말을 살릴 까닭은 없다고 봅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8059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3626
2416 [2015/12/22] 우리말) 차지다/찰지다 머니북 2015-12-23 3079
2415 [2008/12/28] 우리말)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id: moneyplan 2008-12-29 3080
2414 [2009/05/22] 우리말) 가리산지리산 id: moneyplan 2009-05-22 3080
2413 [2011/03/16] 우리말) 잎샘 moneybook 2011-03-16 3080
2412 [2015/12/15] 우리말) 육질과 과육 머니북 2015-12-15 3080
2411 [2016/10/26] 우리말) 뜨덤뜨덤 머니북 2016-11-01 3080
2410 [2008/08/19] 우리말) 여태와 여직 id: moneyplan 2008-08-19 3081
2409 [2013/07/19] 우리말) 벌써와 벌써부터 머니북 2013-07-19 3081
2408 [2009/03/19] 우리말) 현안 문제 id: moneyplan 2009-03-19 3083
2407 [2013/11/07] 우리말) 족집게와 [족찝께] 머니북 2013-11-08 3083
2406 [2012/03/16] 우리말) 일쩝다 머니북 2012-03-16 3083
2405 [2016/08/03] 우리말) 코스프레 머니북 2016-08-10 3084
2404 [2014/03/17] 우리말) 나잇살/나쎄 머니북 2014-03-17 3085
2403 [2014/12/22] 우리말) 빌리다와 빌다 머니북 2014-12-22 3086
2402 [2009/06/25] 우리말) 배참 id: moneyplan 2009-06-25 3087
2401 [2013/12/04] 우리말) 당초에 머니북 2013-12-06 3087
2400 [2015/07/20] 우리말) "농업, 일제용어 정리해야 진정한 광복" 머니북 2015-07-20 3087
2399 [2009/06/19] 우리말) 오사바사하다 id: moneyplan 2009-06-19 3089
2398 [2012/02/10] 우리말) 예/아니요 머니북 2012-02-10 3090
2397 [2013/01/04] 우리말) 쇄정이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머니북 2013-01-04 3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