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나,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지나?]
안녕하세요.
그제 밤 12시 SBS에서 '문제를 맞춘다'고 했습니다. 맞추다가 아니라 맞히다입니다. 그제 밤에 써 놓은 쪽지를 오늘 아침에야 봤습니다. 저희 집에는 곳곳에 쪽지가 있거든요. ^^*
연말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훈훈한 소식이 많이 들리네요. 참 좋은 일입니다. 옛 속담에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죠? 왼손이 알건 오른손이 알건 간에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누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가만...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건가요,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건가요? 새우 싸움에 고래 등이 터지나요,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나요? ^^*
경전하사(鯨戰蝦死)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뜻으로 국어사전에도 있는 낱말입니다. 강한 자끼리 서로 싸우는 통에 아무 상관도 없는 약한 자가 해를 입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죠.
그러나 하전경사(蝦戰鯨死)라는 말은 없습니다.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진다는 속담은 없는 거죠.
그러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진다." 를 올리고 "아랫사람이 저지른 일로 인하여 윗사람에게 해가 미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풀어놨습니다.
제가 보기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건, 새우 싸움에 고래 등이 터지건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 모르게 하라는 좀 다릅니다. 이는 마태복음 6장에 나오는 말인데, 좋은 일을 할 때 주위에 떠벌리지 말고 남모르게 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이를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 모르게 하라고 하면 안 됩니다. 전통적으로 서양문화에서 오른쪽은 좋고 착한 쪽, 왼쪽은 나쁜 쪽을 뜻합니다. 이런 전통에서 나온 속담이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 모르게 하라는 겁니다. 따라서 이를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 모르게 하라고 하면 틀립니다.
속담은 그 유래와, 바탕 뜻 그리고 교훈적이고 비유적인 뜻을 아울러 밝혀야 맛이 난다고 봅니다. 속담의 뿌리는 민속적 배경, 속담이 나온 지역 등을 이해해야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나 더 궁금한 거... 얌전한 개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가 맞나요,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가 맞나요? 얌전한 강아지인가요? ^^*
참, 저 오늘 점심을 부뚜막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자는 뜻으로 식당에서 점심을 들지 않고 밖에 나가서 먹기로 했거든요.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