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23] 우리말) 뒷심

조회 수 5804 추천 수 0 2015.07.23 14:05:36

원래는 ‘뒤 + 힘’에서 나온 말인데,
합성어가 되면서 ‘힘’이 ‘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처럼 합성어에서 원어가 달라지는 낱말은 닭+알-> 달걀, 배+힘-> 뱃심, 불이+나게->부리나케, 땅+힘-> 땅심 따위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일하는 회사에서 어제 작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람 대신 논에 들어가 잡초를 뽑는 로봇을 만들어서 많은 분들 앞에서 자랑을 했는데,
그게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두 번이나 고장이 났지만, 고친 다음에는 제대로 잡초를 잘 뽑았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렸죠.
문제는 로봇이 고장 나서 고쳤고, 움직이다가 다시 고장 나는 것까지만 방송에 나간 겁니다. 
현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보신 분들은 오해가 없는데, 뒷부분을 못 보신 분들이나 방송만 보신 분들은 오해할 수도 있을 겁니다.

어제 보여드린 로봇은 지금 개발 중인 것으로
앞으로 여러 번 고쳐서 안정화시키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겁니다.
어제 나온 방송으로 연구원들의 코가 빠질까 걱정됩니다.

우리말에 ‘뒷심’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끝까지 견디어 내거나 끌고 나가는 힘.”이라는 뜻으로
‘뒷심이 좋다, 뒷심이 부족하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 뒷심이 딸려 졌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그는 뒷심이 좋아서 끝까지 해내고 만다’처럼 씁니다.

원래는 ‘뒤 + 힘’에서 나온 말인데,
합성어가 되면서 ‘힘’이 ‘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처럼 합성어에서 원어가 달라지는 낱말은 닭+알-> 달걀, 배+힘-> 뱃심, 불이+나게->부리나케, 땅+힘-> 땅심 따위가 있습니다.

연구원들이 뒷심을 내서 흔들림 없이 연구에 매달려주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땅보탬]

지난 주말에 어머니가 올라오셨습니다.
오랜만에 오셨는데,
누나 집에서 하루, 저희 집에서 딱 이틀 주무시고 어제 아침에 해남으로 가셨습니다.
손자 재롱 보시면서 좀더 계시라고 해도 막무가내십니다.
제가 불편하게 해 드린 것 같지도 않은데, 그저 가시겠답니다.

"내가 땅보탬하기 전에는 내 힘으로 고향을 지키겠다"라는 게 어머니 뜻입니다.
뭐라 말릴 수 없네요.
그저 제가 자주 찾아뵙는 거 밖에는...

우리말에 '땅보탬'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죽어서 땅에 묻힘을 이르는 말입니다.
어찌 보면 죽음마저도 자연과 하나 되는 것으로 보는 우리 조상의 생각이 담긴 멋진 말 같습니다.

꼭 땅에 직접 묻는 것만 땅보탬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화장하는 것도 넓은 뜻으로 보면 땅보탬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이 또한 땅보탬이죠.

저도 땅보탬하기 전에 열심히 살고, 열심히 나누고, 열심히 사랑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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