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27] 우리말) 억장이 무너지다

조회 수 4794 추천 수 0 2015.07.28 08:00:27

.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제 일터에 일이 좀 있어서 요즘 정신을 못차리고 있습니다. 
나중에 차분하게 말씀드릴 기회가 있겠죠. ^^*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로 갈음합니다. 늦었지만... ^^*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억장이 무너지다]

어제 낸 문제는
너비에 견줘 길이가 짧은 엄지손가락의 손톱을 뭐라고 하는지를 맞히시는 것이었고,
답은 '누에머리손톱'입니다.
누에머리를 보면 정말 그렇게 생겼습니다. ^^*

어제는 오전에 대전에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를 틀었더니 '부모님전상서'라는 코너에서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읽어주시더군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 후회하는 글도 있고, 중풍으로 쓰러져 계시는 부모님께 드리는 글도 있었습니다.
어찌 그리 가슴 아픈 이야기던지...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슬픔을 어디에 견줄 수 있을까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억장'이 뭘까요?

어떤 사람은 
억장을 臆腸, 가슴 억 자와 창자 장 자로 풀어 가슴이 무너진다로 푸는 분도 있고,
억장지성(億丈之城)의 줄임말로 봐서 성의 높이가 억 장이 될 정도로 높은 성이 무너질 정도로 엄청난 일을 뜻한다고 보시는 분도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사전에 보면,
억장을 億丈이라 풀고 "썩 높은 것. 또는 그런 높이"라는 풀이를 달았습니다.
그 밑에 '억장이 무너지다'는 관용구를 싣고 
"극심한 슬픔이나 절망 따위로 몹시 가슴이 아프고 괴롭다."고 풀었습니다.

억장의 말뿌리(어원)가 가슴과 창자에서 왔건, 높은 성에서 왔건
억장이 무너지면 가슴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기 전에
살아 계실 때 전화라도 한 번 더 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287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8604
996 [2010/05/07] 우리말) 거시기와 머시기 id: moneyplan 2010-05-07 4258
995 [2010/05/06] 우리말) 등살과 등쌀 id: moneyplan 2010-05-06 5113
994 [2010/05/04] 우리말) 나들가게 id: moneyplan 2010-05-04 4192
993 [2010/05/03] 우리말) 가축 id: moneyplan 2010-05-03 7299
992 [2010/04/30] 우리말) 비게질 id: moneyplan 2010-04-30 5673
991 [2010/04/29] 우리말) 들고파다 id: moneyplan 2010-04-29 4915
990 [2010/04/28] 우리말) 떨구다와 떨어뜨리다 id: moneyplan 2010-04-28 4110
989 [2010/04/27] 우리말) 잊다와 잃다 id: moneyplan 2010-04-27 4875
988 [2010/04/26] 우리말) 나가다와 나아가다 id: moneyplan 2010-04-26 4268
987 [2010/04/23] 우리말) 종자의 소중함과 라일락 꽃 id: moneyplan 2010-04-23 4253
986 [2010/04/22] 우리말) 도토리 키 재기와 도 긴 개 긴 id: moneyplan 2010-04-22 5080
985 [2010/04/21] 우리말) 꽃보라 id: moneyplan 2010-04-21 4471
984 [2010/04/20] 우리말) 병해충과 병충해 id: moneyplan 2010-04-20 4100
983 [2010/04/19] 우리말) 튤립과 튜울립 id: moneyplan 2010-04-19 4350
982 [2010/04/16] 우리말) 바끄럽다/서머하다 id: moneyplan 2010-04-16 4886
981 [2010/04/15] 우리말) 코털이 세다 id: moneyplan 2010-04-15 6605
980 [2010/04/14] 우리말) 듯싶다 id: moneyplan 2010-04-14 4248
979 [2010/04/13] 우리말) 발자욱과 발자국 id: moneyplan 2010-04-13 4753
978 [2010/04/12] 우리말) 두째와 둘째 id: moneyplan 2010-04-12 5289
977 [2010/04/09] 우리말) 진돗개와 진도견 id: moneyplan 2010-04-09 4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