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지난 2009년에 보냈던 편지입니다.
[어영부영]
안녕하세요.
무척 춥네요. 아무리 추워도 고향은 가야겠죠? 그래도 저는 행복합니다. 찾아갈 고향이 있고, 고향에 저를 기다려주시는 어머니도 계시니까요. 그러면서도 한 살 더 먹는 것은 아무래도 싫습니다. 만날 어영부영 살아서 그런가 봅니다.
어영부영 이라는 어찌씨(부사)를 잘 아시죠? 이 낱말의 뿌리는 가슴 아픈 역사에 있습니다. '을씨년스럽다'가 을사늑약에서 왔다는 것은 다 아실 겁니다. 어영부영도 바로 그때 나온 낱말입니다.
조선 시대에 둔 오군영의 하나가 어영청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규율이 엄격했으나 나라가 어지러워지니 군기가 빠져 엉망이었다고 합니다. 이를 보고 당시 백성이 어영청은 군대도 아니라며 '어영비영'이라고 비꼰 것이 어영부영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뚜렷하거나 적극적인 의지가 없이 되는대로 행동하는 모양."을 뜻하는 어찌씨(부사)로 쓰이기도 하고, 움직씨(동사)로도 씁니다. 그는 온종일 거리에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냈다, 보상금 몇 푼 받은 것도 어영부영 다 써 버렸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분명하게 해야지 어영부영하면 안 된다, 평생을 어영부영할 셈인가?처럼 씁니다.
세상을 어영부영 살면 안 되지만, 어떻게 사는 게 어영부영 사는 것이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지 않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