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2] 우리말) 한가위 뫼돌보기

조회 수 8047 추천 수 0 2015.09.23 13:30:26

그러나 ‘금초’니 ‘벌초’니 ‘사초’니 하는 말들은 우리 말맛에 그리 들어맞지 않는다.
“벌초하러 간다.”보다는 “뫼돌보러 간다.”가 어쩐지 정겹게 들리는 듯하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추석이 한 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설날을 ‘정월 대보름’이라고 하듯이, 추석은 ‘팔월 한가위’라고 말한다. 한가위 명절을 맞아 고향에 가면 꼭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집안 어른들 무덤의 풀을 깎고 깨끗이 다듬는 일이다. 이런 일을 표현할 때, 흔히 ‘금초’니, ‘벌초’니, ‘사초’니 하는 말들을 쓰고 있다. 비슷하지만 서로 조금씩 뜻이 다르다. ‘금초’는 ‘금화벌초’의 준말로서, 무덤에 불이 나는 것을 조심하고 때맞추어 풀을 베어 준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벌초’는 무덤의 풀을 깎아 깨끗이 한다는 뜻이고, ‘사초’는 오래된 무덤에 떼를 입혀서 잘 다듬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한가위 무렵에 무덤의 풀을 깎는 일은 ‘벌초’라고 한다. 중부 지방에서는 ‘금초’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는데, ‘금초’의 본디말인 ‘금화벌초’에는 불조심의 뜻이 들어 있기 때문에, 불이 나기 쉬운 때인 한식 때 하는 벌초는 ‘금초’로 표현할 만하다. 그러나 ‘사초’는 오래되어 허물어진 무덤에 잔디를 새로 입혀 정비하는 것을 말하므로 ‘벌초’와는 쓰임이 다른 말이다.

그러나 ‘금초’니 ‘벌초’니 ‘사초’니 하는 말들은 우리 말맛에 그리 들어맞지 않는다. 굳이 구별해 쓰려고 애쓸 게 아니라, 누가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는 우리말로 고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덤은 예부터 ‘뫼’라 하였으니, 웃자란 풀을 깎든 잔디를 입히든 무덤을 돌보는 모든 일들을 그저 ‘뫼돌보기’라 하면 어떨까? “벌초하러 간다.”보다는 “뫼돌보러 간다.”가 어쩐지 정겹게 들리는 듯하다.

아래는 지난 2009년에 보냈던 편지입니다.

 

[오늘도 문제를 냈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낸 문제 답은 '자리보기'입니다.
잠잔 자리를 보는 것이니 자리보기죠.
너무 어렵게 생각하셨나 봅니다.

오늘 편지 쓰기에 앞서,
그제 밤에 텔레비전에서 본 엉터리 자막 몇 개 소개할게요.
밤 11시 넘어서 KBS2에서 '소비자 고발'이라는 걸 내보냈습니다.
우리 식탁을 위협하는 중국의 음식 관리 실태를 고발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출연자가 임신부라고 정확하게 말했는데 자막에는 임산부라고 나왔습니다.
애 밴 사람이 먹은 음식이 배 속에 있는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임산부가 아닌 임신부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자막에 '굽신거리다'는 것도 나왔습니다.
"남의 비위를 맞추느라고 자꾸 비굴하게 행동하다."는 뜻의 낱말은
'굽신거리다'가 아니라 '굽실거리다'입니다.
신체를 구부린다고 해서 굽신거리다고 생각하실 수 있으나 그런 낱말은 없습니다.

오늘도 문제를 내기로 했죠?
지은 씨가 행복하게 살기를 빌며 문제를 내겠습니다.

누군가 결혼을 하고 나면
친척이 그 부부를 초대하여 음식을 대접하며 덕담을 건네거나 서로 얼굴을 익힙니다.
이처럼 갓 혼인한 신랑이나 신부를 일갓집에서 처음으로 초대하는 일을 반살미라고 합니다.
말뿌리는 모르겠으나 멋진 말이라 소개합니다.
시집온 새댁 반살미 대접받는 격으로 큰댁에 가서 저녁 대접을 받았다처럼 씁니다.

결혼을 했으면 둘 사이에서 애가 태어나겠죠?
누구든지 신랑은 다 그렇겠지만 아내가 애를 뱄다는 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을 겁니다.
제가 어렵게 애를 얻어서 그런지
저는 아내 임신 소식을 듣고 며칠 동안 여기저기에 '임신턱'을 내고 다녔습니다.

옛날에는
아이 밴 아내를 둔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우선 한턱을 먹여 놓고
그 뒤에 아들을 낳으면 아기 아버지가 그 돈을 내고
딸을 낳으면 서운함을 달래라고 모인 사람들이 나누어 돈을 내 줬다고 합니다.

오늘 문제는 바로 이겁니다.
이런 놀이를 뭐라고 하는지를 맞히시는 겁니다.
조금 어려운가요?
딱히 뭐라고 뚱겨드릴 게 없네요.
음...
세 글자로 된 낱말이고,
첫 자음은 ㅇㄱㅈ입니다.

오늘도 맨 처음 답장을 보내주시는 한 분께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우리말 편지 댓글로 저에게 답장을 보내주셔야 합니다.
누리집에 올린 것을 보시고 누리집 주인장에게 선물 내 놓으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
문제를 낸 오늘은 2009년 2월 13일입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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