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대로와 데로]
안녕하세요.
어제는 오랜만에 일찍 일터를 나서 동료와 대폿집에 들러 소주를 한 잔 했습니다. ('한잔'일까요 '한 잔'일까요?) 당구장에 들러 당구도 쳤습니다. 제 실력은 80입니다. ^^*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라 붓는 대로 잘도 들어가더군요.
오늘은 '대로'와 '데로'를 갈라볼게요.
'대로'는 매인이름씨(의존명사)고 '데로'는 매인이름씨 '데'에 방향을 나타내는 토씨 '로'를 합친 겁니다.
'대로'는 어떤 모양이나 상태와 같이, 어떤 상태나 행동이 나타나는 그 즉시라는 뜻입니다. 본 대로, 느낀 대로, 오는 대로, 달라는 대로처럼 씁니다.
'데로'는 "장소, 일, 상황"이라는 뜻이 있는 '데'와 토씨(조사)'로'를 합친 것으로, 네가 있는 데로 갈게처럼 씁니다.
헷갈리신가요? 좀 쉽게 갈라보면, 장소, 일 또는 방향이 들어가면 '데로'를 쓰고, 그렇지 않으면 '대로'를 쓴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래 두 월을 보죠. 집을 짓는 '데로' 돈을 다 썼다. 집을 짓는 '대로' 이사갈거다.
위에 있는 '데로'는 집을 지으면서 그곳에 돈을 다 썼다는 뜻으로 일과 방향이 있으므로 '데'를 쓰고, '대로'는 집을 짓고 그 뒤에 바로 그 집으로 이사할 거라는 뜻으로, 행동이 나타나는 그 즉시라는 뜻이 있으므로 '대로'를 씁니다.
이렇게 가르는 게 문법으로 보면 말이 잘 안 되겠지만 외우기는 쉬울 것 같습니다.
어젯밤에 주는 '대로' 받아 먹었더니 아침까지 속이 쓰리네요. 배 속을 비우고 근심과 걱정을 비울 수 있는 '데로' 빨리 가야겠네요. ^^*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