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04] 우리말) 벗바리

조회 수 3709 추천 수 0 2015.11.05 14:20:18

우리말에 '벗바리'라는 멋진 낱말이 있습니다.
"뒷배를 보아 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그는 어찌나 벗바리가 좋은지 근무 태도가 좋지 않은데도 아무도 내칠 수가 없었다.’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애들이 좀 나아지니 이제는 제가 아플 것 같네요.
아침부터 목이 칼칼한 게 영 찜찜합니다.

폐렴에 걸렸던 셋째는 이제 거의 나은 것 같습니다.
조용히 앉아서 공부하는 언니 허리를 쿡 찌르고 뒤돌아서서 모른 척 서있거나,
일부러 오빠에게 '야', '너'등 반말로 건들고 나서 얼른 제 뒤로 숨습니다.
셋째와 여섯 살 차이가 나는 오빠는 동생이 장난을 거는 줄 알면서도, "너 아빠 믿고 그러는데, 아빠가 안 계실 때 보자."라고 으릅니다.
그 소리를 들은 동생은 금세 겁먹고 샐쭉해지고……. ^^*

우리말에 '벗바리'라는 멋진 낱말이 있습니다.
"뒷배를 보아 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그는 어찌나 벗바리가 좋은지 근무 태도가 좋지 않은데도 아무도 내칠 수가 없었다.’처럼 씁니다.

'그 친구 빽이 참 좋다.'나 '너는 좋은 배경을 가졌다.'고 할 때,
'빽'이나 '배경'을 가름할 수 있는 좋은 낱말이 '벗바리'입니다.

우리 집에서도 셋째 뒤에는 제가 있어서 막내는 벗바리가 좋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와이셔츠]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같이 본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말에도 꼭 일터에 나옵니다.
아침 일찍 나와서 밤늦게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옷도 양복이 아닌 편한 옷을 입고 나오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꼭 나옵니다.

오늘은 옷 이야기를 해 볼게요.
먼저,
양복저고리 안에 받쳐 입는 옷을 셔츠라고 합니다.
영어 shirt에서 온 말입니다.

양복을 입을 때 셔츠 깃 밑으로 둘러 매듭을 지어 앞으로 늘어뜨리거나 나비 모양으로 매듭을 만드는 천을 넥타이라고 합니다.
목에 거는 끈이라는 뜻의 necktie에서 왔습니다.
'타이'라고만 해도 '넥타이'라고 알아먹습니다.
'넥타이'의 준말로 '타이'가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셔츠에 넥타이를 매면 Y자 모양이 나옵니다. 그리고 셔츠의 옷깃도 Y자 모양입니다.
여기에서 온 말이 Y셔츠라고 알고 계시는 분이 있습니다.
아닙니다.
와이셔츠는 로마자 Y와 아무 상관 없습니다.

와이셔츠는 영어 white shirts에서 온 말로 화이트의 '트'가 줄어서 된 말입니다.
'화이트 셔츠'가 '화이셔츠'로, 이게 다시 '와이셔츠'로 된 거죠.

와이셔츠를 이야기하니 생각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와이담'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죠?
'Y담'이라 쓰기도 합니다.
Y가 사타구니를 닮아 그쪽 이야기, 곧 야한 이야기를 '와이담'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잘못된 겁니다.
Y가 사타구니를 닮아 Y담이 야한 이야기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일본말에
猥談(외담)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외설을 다룬 이야기를 뜻합니다.
바로 이 낱말을 일본어로 わいだん이라 쓰고 소리를 [와이당]이라 냅니다.
와이담은 여기서 온 말입니다.
일본말로 음담, 음란한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좋은 우리말을 이렇게 이상하게 쓰면 안 된다고 봅니다.
언젠가 말씀드린 뒷담화도 비슷한 겁니다.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말을 우리가 아끼지 않으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5058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0538
2076 [2013/04/12] 우리말) 살지다와 살찌다 머니북 2013-04-12 3703
2075 [2015/07/30] 우리말) 줄다와 준 머니북 2015-08-02 3703
2074 [2016/07/06] 우리말) 어수룩해지려고 귀촌하는가? 머니북 2016-07-06 3703
2073 [2009/04/08] 우리말) 해님과 햇님 id: moneyplan 2009-04-08 3705
2072 [2009/04/10] 우리말) 파렴치와 몰염치 id: moneyplan 2009-04-10 3705
2071 [2010/05/11] 우리말) 주꾸미 id: moneyplan 2010-05-11 3705
2070 [2010/08/05] 우리말) 물쿠다 moneybook 2010-08-05 3705
2069 [2014/11/03] 우리말) '자랑차다'와 '가열차다' 머니북 2014-11-03 3705
2068 [2008/01/17] 우리말) 제 일터 농촌진흥청이 없어졌습니다 id: moneyplan 2008-01-17 3707
2067 [2011/03/25] 우리말) 비릊다 moneybook 2011-03-25 3708
2066 [2016/04/29] 우리말) 주접스럽다 머니북 2016-04-29 3708
2065 [2017/03/15] 우리말) 꽃보라 머니북 2017-03-15 3708
2064 [2008/09/22] 우리말) 햇덧 id: moneyplan 2008-09-23 3709
2063 [2013/04/25] 우리말) 우리말 편지 다듬기 머니북 2013-04-25 3709
2062 [2015/06/15] 우리말) 날개짓 -> 날갯짓 머니북 2015-06-17 3709
2061 [2007/10/12] 우리말) 짬짜미 id: moneyplan 2007-10-13 3710
» [2015/11/04] 우리말) 벗바리 머니북 2015-11-05 3709
2059 [2013/07/15] 우리말) 호우는 큰비로 써야 합니다 머니북 2013-07-15 3711
2058 [2012/02/03] 우리말) 춤 머니북 2012-02-03 3712
2057 [2007/11/14] 우리말) 커닝 종이쪽지 id: moneyplan 2007-11-14 3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