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7] 우리말) 싼 게 비지떡

조회 수 3798 추천 수 0 2015.11.18 16:03:41

주모는 “싼 것은 비지떡입니다. 가다가 출출할 때 드세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먼 길 떠나는 나그네에게 주는 정이 듬뿍 담긴 선물이죠.
이렇게 본래 뜻은 남을 배려하고 정을 나누는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뜻이 크게 바뀐 거죠.

안녕하세요.

오늘 제가 일하는 곳에서 전국 4-H중앙경진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1천여 명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올해는 비가 와서 장이 서지 않았지만, 예년에는 막걸리 파는 장도 섰었는데…….

오늘은 비지떡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흔히 우리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합니다.

비지떡은 
비지에 쌀가루나 밀가루를 넣고 반죽하여 둥글넓적하게 부친 떡인데,
어쩌다 보니 보잘것없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의 본뜻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옛날 
충북 제천의 봉양면과 백운면 사이 고개인 박달재는 지방에서 한양으로 올라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박달재 근처 산골 마을엔 주로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들이 들렀던 작은 주막이 있었습니다.
그 주막의 주모는 하룻밤 묵고 떠나는 선비들에게 늘 보자기에 싼 무언가를 선물로 주었는데 선비들이 “싼 물건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주모는 “싼 것은 비지떡입니다. 가다가 출출할 때 드세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먼 길 떠나는 나그네에게 주는 정이 듬뿍 담긴 선물이죠.
이렇게 본래 뜻은 남을 배려하고 정을 나누는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뜻이 크게 바뀐 거죠.

요즘 비가 자주 내립니다.
덕분에(?) 비지떡 생각이 자주 나네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로켓과 로케트]

안녕하십니까? 

어제 북한에서 로켓을 쐈네요.

오늘 이야기는 정치 이야기가 아닙니다.
rocket을 우리말로 적을 때 '로켓'으로 적어야 하는지 '로케트'로 적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먼저 우리는 로켓이라 적고 북한은 로케트라고 적습니다.
우리는 짧은 모음 다음의 어말 무성 파열음([p], [t], [k])은 받침으로 적는다는 규정에 따라
로봇(robot), 로켓(rocket), 라켓(racket)으로 씁니다.

좀더 들어가 보면,
외래어 표기에서 영어의 표기는 그 낱말의 철자가 아닌 발음에 따라 적습니다.
그 발음을 국제음성기호에 맞춘 한글대조표에 따라 적습니다. 
우리 맞춤법에 짧은 모음 다음의 어말 무성 파열음([p], [t], [k])은 받침으로 적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보기를 들어보면,
'robot'의 '-bot'에 있는 'o'는 짧은 모음으로 발음되기 때문에 
그 뒤에 오는 무성 파열음으로 발음되는 자음 't'를 받침으로 적으라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서 'robot'의 't'는 '으'를 붙여 '로보트'와 같이 적는 것이 아니라,
'로봇'과 같이 받침에 적는 것입니다.
(관련 규정 : <외래어 표기법> 제3장 표기 세칙, 제1절 영어의 표기, 제1항) 
로켓과 라켓도 같습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오늘 이야기는 정치 이야기가 아닙니다.
rocket을 우리말로 적을 때 '로켓'으로 적어야 하는지 '로케트'로 적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870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4246
2256 [2016/02/16] 우리말) 덕분/때문 머니북 2016-02-16 3203
2255 [2012/12/12] 우리말) 박물관과 미술관에 있는 엉터리 한글 머니북 2012-12-12 3204
2254 [2015/11/03] 우리말) 새살거리다/상글상글 머니북 2015-11-03 3204
2253 [2013/04/09] 우리말) 마거릿 대처 머니북 2013-04-10 3205
2252 [2008/04/18] 우리말) 눈시울과 가선 id: moneyplan 2008-04-21 3206
2251 [2010/01/28] 우리말) 빈손으로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일 id: moneyplan 2010-01-28 3206
2250 [2012/11/08] 우리말) 내년부터 한글날 쉽니다 머니북 2012-11-08 3206
2249 [2015/09/15] 우리말) 덕분/때문, 누출/배출 머니북 2015-09-15 3206
2248 [2015/01/08] 우리말) 많다와 잦다 머니북 2015-01-08 3207
2247 [2015/04/23] 우리말) 영화 어벤져스(2) 머니북 2015-04-24 3207
2246 [2015/05/07] 우리말) 갈음/가름/가늠 머니북 2015-05-07 3207
2245 [2017/03/06] 우리말) 홍두깨 머니북 2017-03-07 3207
2244 [2009/07/27] 우리말) 믿음으로와 믿으므로 id: moneyplan 2009-07-28 3208
2243 [2010/06/03] 우리말) 데구루루 moneybook 2010-06-03 3208
2242 [2014/02/18] 우리말) 결 머니북 2014-02-18 3208
2241 [2014/12/23] 우리말) 수동형과 능동형 머니북 2014-12-23 3208
2240 [2009/07/07] 우리말) 붓날다와 새롱거리다 id: moneyplan 2009-07-07 3209
2239 [2014/09/26] 우리말) 목이 두꺼운 처자 머니북 2014-09-26 3209
2238 [2016/05/10] 우리말) 수고하세요 머니북 2016-05-11 3209
2237 [2009/11/18] 우리말) 금슬과 금실 id: moneyplan 2009-11-18 3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