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4] 우리말) 빈소와 분향소

조회 수 8024 추천 수 0 2015.11.25 09:17:00

빈소(殯所)는 "당을 당하여 상여가 나갈 때까지 관을 놓아두는 곳."이라는 뜻이므로
한 사람이 돌아가시면 빈소는 한 군데만 있을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토요일 새벽에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셨습니다.
26일 국가장으로 영결식을 치른다고 합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 병원입니다.
분향소는 전국각지에 차려집니다.

빈소(殯所)는 "당을 당하여 상여가 나갈 때까지 관을 놓아두는 곳."이라는 뜻이므로
한 사람이 돌아가시면 빈소는 한 군데만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향소는 다릅니다.
분향소(焚香所)는 "향을 피우면서 제사나 예불 의식 따위를 행하는 장소." 또는 "향을 피울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므로 서울에도 있을 수 있고, 전주에도 있을 수 있으며, 미국이나 중국에서 분향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파렴치와 몰염치]

안녕하세요.

요즘 뉴스가 참으로 가관입니다.
무슨 성접대 이야기에 돈 이야기에...
도대체 무슨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집에 가면 아내가 있고, 딸이 있으며, 누나와 여동생도 있을 텐데 부끄럽지도 않나 모르겠습니다.
정말 파렴치하고 몰염치한 사람들입니다.

염치(廉恥)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이 없으면 몰염치, 무염치, 파렴치입니다.

한글 맞춤법에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가 붙어서 된 말이나 합성어에서 뒷말의 첫소리가 'ㄴ'이나 'ㄹ'이더라도 두음법칙에 따라 적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선이자, 연이율, 열역학 따위가 이런 낱말입니다.

몰염치는 '몰 더하기 염치'로 두음법칙에 따라 '몰염치'로 적습니다.
따라서 파렴치도 '파 더하기 염치'로 봐서 '파염치'로 적어야 할 겁니다.
그러나 이 낱말은 일반적인 현실 발음이 [파렴치]라서 이를 받아들여 '파염치'가 아닌 '파렴치'로 적습니다.
이런 예외로
미립자, 소립자, 수류탄 따위가 있습니다.

우리말에서 참 어려운 게 바로 이런 예외입니다.
왜 이런 예외를 많이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처럼 머리 나쁜 사람들 고생하게...

오늘 일터에 나오면서 라디오를 듣는데,
KBS에서 '안녕하세요 민경욱입니다'가 끝나고 바로 이어 고사성어를 소개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첫째,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불효하면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 후회)
둘째, 불친가족소후회(不親家族疏後悔=가족끼리 친하지 않으면 멀어진 뒤에 후회)
셋째, 소불근학노후회(少不勤學老後悔=젊어서 부지런히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후회)
넷째, 안불사난패후회(安不思難敗後悔=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한 뒤 후회)
다섯째, 부불검용빈후회(富不儉用貧後悔=풍족할 때 검약하지 않으면 가난해진 다음 후회)
여섯째, 춘불경종추후회(春不耕種秋後悔=봄에 밭을 갈아 씨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
일곱째, 불치원장도후회(不治垣墻盜後悔=담장을 제 때 손보지 않으면 도둑이 든 뒤에 후회)
여덟째, 색불근신병후회(色不勤身病後悔=여색을 삼가지 않으면 병든 뒤에 후회)
아홉째, 취중망언성후회(醉中妄言醒後悔=술에 취해 함부로 말하면 술 깬 뒤에 후회)
열째, 부접빈객거후회(不接賓客去後悔=손님을 제대로로 대접하지 않으면 떠난 뒤에 후회)
이 가운데 여섯 가지를 소개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어느 하나 틀린 말이 없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삽시다. 깨끗하게 삽시다. 정직하게 삽시다.
그리고 많이 웃으면서 삽시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43999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9672
2276 [2015/12/18] 우리말) 문 잠궈? 문 잠가! 머니북 2015-12-21 6904
2275 [2015/12/17] 우리말) 니미/네미 머니북 2015-12-17 5434
2274 [2015/12/16] 우리말) 손이 시리다 머니북 2015-12-16 5403
2273 [2015/12/15] 우리말) 육질과 과육 머니북 2015-12-15 4711
2272 [2015/12/14] 우리말) 사랑을 쓸려거든 머니북 2015-12-15 4138
2271 [2015/12/11] 우리말) 팔순잔치 머니북 2015-12-14 7604
2270 [2015/12/10] 우리말) 삼천리 강산 머니북 2015-12-10 5678
2269 [2015/12/09] 우리말) 안녕'과 '하세요' 머니북 2015-12-10 4703
2268 [2015/12/08] 우리말) 금도 머니북 2015-12-08 8145
2267 [2015/12/07] 우리말) 폐쇄공포증 -> 폐소공포증 머니북 2015-12-07 6489
2266 [2015/12/06] 우리말) '안녕'과 '하세요' 머니북 2015-12-07 8016
2265 [2015/12/04] 우리말) 엉터리와 터무니 머니북 2015-12-07 4634
2264 [2015/12/03] 우리말) 지레/지례 머니북 2015-12-07 8647
2263 [2015/12/02] 우리말) 속박이 머니북 2015-12-02 4350
2262 [2015/12/01] 우리말) 틀린 자막 몇 개 머니북 2015-12-02 4036
2261 [2015/11/30] 우리말) 매무시와 매무새 머니북 2015-12-02 4241
2260 [2015/11/27] 우리말) 숫눈과 숫눈길 머니북 2015-11-27 6723
2259 [2015/11/26] 우리말) 묫자리/묏자리 머니북 2015-11-26 5871
2258 [2015/11/25] 우리말) 치르다/치루다 머니북 2015-11-25 8030
» [2015/11/24] 우리말) 빈소와 분향소 머니북 2015-11-25 8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