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7] 우리말) 숫눈과 숫눈길

조회 수 6722 추천 수 0 2015.11.27 15:18:38

그래서 '숫눈'은 "눈이 와서 쌓인 상태 그대로의 깨끗한 눈."이라는 뜻이 되고,
'숫눈을 밟다, 이른 새벽, 그는 빈 뜰 숫눈 위에 첫 발자국을 내며 길을 걸어갔다.'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첫눈이 소복하게 내렸죠?
흔히 첫눈은 조금밖에 내리지 않는데, 제 기억에 이렇게 많이 내린 것은 처음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눈은 "대기 중의 수증기가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땅 위로 떨어지는 얼음의 결정체."입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다가 도중에 녹으면 물방울이 되어 비로 내리겠죠.

우리말에 '숫눈'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다른 것이 섞이거나 더럽혀지지 아니한 본디 생긴 그대로"라는 뜻을 지닌 '숫'을 앞가지(접두사)로 쓴 겁니다.
그래서 '숫눈'은 "눈이 와서 쌓인 상태 그대로의 깨끗한 눈."이라는 뜻이 되고,
'숫눈을 밟다, 이른 새벽, 그는 빈 뜰 숫눈 위에 첫 발자국을 내며 길을 걸어갔다.'처럼 씁니다.

"눈이 와서 쌓인 뒤에 아직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숫눈길'이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저는 오늘 새벽에 숫눈길을 지나 회사에 나왔고,
몇몇 직원들과 함께 트랙터로 쌓인 숫눈을 치워 동료들이 일터에 나오기 쉽도록 길을 터 줬습니다.
저 잘했죠?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수화와 손짓말]

안녕하세요.

어제저녁에 텔레비전 자막 틀린 거 몇 개를 적어 뒀는데 아침에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았네요.
내일 가져와서 소개하겠습니다.

어제는 애들과 함께 텔레비전을 봤습니다.
어제 다섯 살배기 제 아들이
뉴스 오른쪽 밑에 나오는 수화를 보고 저게 뭐냐고 묻더군요.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손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해줬더니,
왜 듣지 못하냐고 다시 묻더군요.
다섯 살 배기에게는 아직 청각장애인을 이해하기가 어렵나 봅니다.

수화(手話)는 손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곧, 청각 장애인과 언어 장애인들이 구화를 대신하여 몸짓이나 손짓으로 표현하는 의사 전달 방법입니다.
손가락이나 팔로 그리는 모양, 그 위치나 움직임, 표정이나 입술의 움직임을 두루 써서 만듭니다.
수화를 '손짓말'이라고도 합니다.
'수어'라고도 사전에 올라 있네요.
수화로 의사 표현을 하다, 그는 농아들과 대화를 하고자 수화를 배웠다, 정규 뉴스 시간에는 청각 장애인을 위해 구화와 수화 방송을 동시에 한다처럼 씁니다.

평생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어는 열심히 배우면서도,
우리와 더불어 사는 청각장애인의 언어는 배우려고 하지 않았구나 하는 반성을 해 봅니다.
수화, 손짓말도 우리말입니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어서오세요,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이쪽입니다 정도는 손짓말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 저도 그런 수화를 모릅니다.

40년이 넘도록 깨닫지 못한 것을 다섯 살 배기 아들이 깨우쳐 주네요.
그래서 애들에게도 배울 게 있다고 그러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구화(口話)는
"언어 장애인이나 청각 장애인이 특수한 교육을 받아 상대가 말하는 입술 모양 따위로 그 뜻을 알아듣고, 자기도 그렇게 소리 내어 말함"이라는 뜻입니다.
시화(視話)라고도 합니다.
구화를 익히다, 구화로 의사소통을 하다처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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