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얼르다와 어르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오랜만에, 나흘 만에 편지를 보내니 글을 쓰는 손길이 조금 어색하네요. 실은 이런 게 두려워 되도록 거르지 않고 편지를 쓰려고 합니다. 하루만 쉬어도 다음에 편지 쓰기가 귀찮아지거든요. 저는 저를 조금 압니다. ^^*
어젯밤 연속극 천추태후에서 잔망스럽다는 낱말이 나왔습니다. 천추태후가 중전에게 "잔망스럽던 제 얘기는 잊어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잔망스럽다'는 "보기에 태도나 행동이 자질구레하고 가벼운 데가 있다."는 뜻입니다. 멋진 우리말이라서 소개합니다.
지난 주말에는 구례에 다녀왔습니다. 애들과 기차로 다녀왔는데 워낙 먼 거리다 보니 애들은 주니가 나는지 지루함을 견디기 힘들어하더군요. (주니 : 몹시 지루함을 느끼는 싫증)
아내가 기차에 있는 노래방도 데리고 가고, 과자를 사주면서 달래기도 하고 어르기도 하면서 잘 다녀왔습니다.
흔히 어떤 일을 하도록 사람을 구슬리는 것을 두고 '얼르다'고 합니다. 그는 우는 아이를 얼러 보았다, 그는 대표직 자리를 내놓으라고 얼르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했다처럼 쓰시는데요. 실은 '얼르다'는 낱말은 없습니다. '어르다'가 맞습니다. 쓰임이 '얼러', '어르니'처럼 되니까 많은 분이 헷갈리시나 봅니다. 따라서, 그는 우는 아이를 '얼러' 보았다는 맞고, '대표직 자리를 내놓으라고 얼르기도 하고'는 '대표직 자리를 내놓으라고 어르기도 하고'로 써야 바릅니다. 애들이 어리다 보니 어르며 먼 길을 다녀오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
내일은 오랜만에 문제를 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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