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처, 아내, 지어미, 마누라, 옆지기 ]
안녕하세요.
즐거운 화요일입니다. 오늘도 자주 웃으며 삽시다. ^^*
그제, 일요일 밤 9:40, EBS에서 한 출연자가 자기의 아내를 '부인'이라고 했습니다. 화장품을 손에 들고 "내 부인이 아끼는..."이라고 말했고, 자막도 '부인'이라고 나왔습니다. 도대체 그 '부인'이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내 아내가 아닌 남의 아내는 많기도 한데, 그 가운데 어떤 사람을 이르는지... ^^*
며칠 전에 '어부인'이야기를 하면서 내 아내를 남에게 소개할 때 '부인'이라는 말도 쓰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처나 아내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했는데, 그 글에 대한 댓글이 많네요. '처'는 한자이니 '아내'라고 만 써야 한다는 분도 계시고, '지어미'나 '마나님'이라고 써야 한다는 분도 계시며, '마누라'가 좋다는 분도 계시고, '옆지기'라는 멋진 말을 만들어서 써야 한다는 분도 계시네요. 모두 고맙습니다. 이렇게 다 같이 힘을 쓰기에 우리말이 맑아지고 곱게 쓰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전에 오른 뜻으로 낱말을 살펴보면, '지어미'는 웃어른 앞에서 자기 아내를 낮추어 이르는 말입니다. '마나님'은 나이가 많은 부인을 높여 이르는 말이므로 자기 아내에게는 쓸 수 없습니다. '마누라'는 "중년이 넘은 아내를 허물없이 이르는 말"이기도 하지만, 중년이 넘은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도 씁니다. 자기 아내에게는 쓸 수 있어도 남에게 쓰면 좀 거시기합니다. 옆지기는 사전에 오른 말은 아니지만 친근감이 드는 낱말로 자주 써서 우리말로 만들고 사전에도 올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내 아내를 남에게 소개할 때는, 처, 아내, 지어미, 마누라, 옆지기를 쓸 수 있겠네요. 이 밖에도 아내를 이르는 다른 말이 더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잘 몰라서 소개를 못 하겠네요. ^^*
밖에 비가 내리네요. 오늘 아침에 이렇게 아내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마누라' 덕에 아침밥 얻어먹고 건강하게 잘 사니 지금 아내에게 고맙다는 전화 한번 드리는 게 어떤가 해서요. ^^* 여자분들도 '옆지기'에게 그런 전화 한번 드리시고...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짝꿍'이나 '짝지'는 짝을 이루는 동료나 뜻이 맞거나 매우 친한 사람을 이르는 말로는 쓰이지만 아내나 남편을 이르는 말로는 쓰이지 않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