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5] 우리말) 드셔 보세요

조회 수 4276 추천 수 0 2016.01.17 16: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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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글문화연대 성기지 님의 글을 함께 보겠습니다. 

드셔 보세요-성기지 운영위원

요즘 텔레비전을 켜면 방송 채널마다 으레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몇몇 요리사들은 ‘셰프’라는 낯선 이름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흔히 ‘먹방’이라 불리는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들마다 음식 맛을 표현하는 기발한 미사여구를 쏟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맛을 표현하는 미사여구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방송을 보다 보면, 상대방에게 음식을 권할 때에 가장 흔하게 쓰는 표현이 “드셔 보세요.”라는 말임을 알 수 있다. 과연 바른 말일까? 고기를 잡으라는 말을 높여 말할 때에는 “고기를 잡아 보세요.”라고 하면 되고, 물을 마셔 보라는 말도 “물을 마셔 보세요.”라고 하면 된다. “고기를 잡으셔 보세요.”, “물을 마시셔 보세요.”라고 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노래 부르셔 보세요.”, “한 말씀 하셔 주세요.” 들은 말이 안 된다. 서술어가 둘 이상 이어질 경우, 맨 마지막 말만 높임말을 쓰는 것이 우리말의 올바른 어법이다.

따라서 높임말을 써야 할 상대에게 음식을 권할 때에는 “드셔 보세요.”가 아니라, “들어 보세요.”, “드십시오.”로 하는 것이 옳다. 물론 웃어른에게는 “드십시오.” 하는 말보다는 “잡수십시오.”가 더욱 정중한 말이다. 그러므로 나이가 많으신 분께는 “할아버지, 더 잡수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예절이다. ‘음식을 들다’는 ‘음식을 먹다’의 또 다른 표현일 뿐, 그 자체가 높임말은 아니다. ‘먹다’의 높임말은 ‘잡수다’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불임과 난임]

안녕하세요.

오늘도 댓글을 소개할게요.
며칠 전에 희귀병이 바르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희소병으로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글을 보시고 희소병보다는 드문병이 좋겠다는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고맙습니다. ^^*

그런 낱말을 하나 더 소개할게요.
몇 년 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에서도 소개한 불임과 난임입니다.
'불임'이 뭔지 아시죠?
말 그대로 '불임(不妊)'은 "임신하지 못하는 일"을 말합니다.
뜻 그대로라면 불임은 아무리 노력하고 힘써도 임신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불임 치료'라고 하면,
어차피 임신은 못하는 것이니, 어떤 치료를 해서 임신하게 하는 게 아니라,
임신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는 치료를 말하게 됩니다.
불임이 임신하지 못하는 일인데, 그걸 치료한다고 애를 밸 수 있겠어요?

어떤 치료를 해서 임신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불임이 아니죠.
다만, 어렵게 임신하는 것이므로 그건 바로 '난임(難妊)'이죠.
임신하지 못하는 불임과,
남들보다 어렵게 임신하는 난임은 분명히 다릅니다.
하늘과 땅이 다른 것보다 더 다릅니다.

불치병과 난치병이 그런 다름이잖아요.
불치병(不治病)은 어떤 방법을 써도 "고치지 못하는 병"이고,
난치병(難治病)은 고치기 어렵기는 하지만 고칠 수 있는 병입니다.
분명히 불치병과 난치병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따라서,
'불임'이라는 삭막한 낱말을 쓰지 말고 '난임'이라는 낱말을 쓰자는 게 쉽게 임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주장입니다.
제가 알기로 이 '난임'이라는 낱말은 아가야라는 곳에서 처음 주장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불치병'과 '난치병', '불임'은 사전에 올라있는 낱말이지만,
안타깝게도 '난임'은 아직 사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하루빨리 이런 낱말이 사전에 올라
'불임'을 밀어내고 '난임'이 당당하게 쓰이길 빕니다.

애를 갖고자 하나 생기지 않아 겪는 아픔과 슬픔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합니다. 아니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기다림과 초조함이 온몸을 감싸고 있고, 처절한 외로움이 온 정신을 억누른다고 합니다.
거기에 가까운 사람에게도 그 아픔을 쉽게 말할 수 없는 슬픔도 있습니다.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니 남의 일이라고 너무 쉽게 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고, 
나도 힘들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많은 게 바로 이 세상인가 합니다.

오늘도 좋은 생각 많이 하시고 자주 웃읍시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한국난임가족연합회'는 애를 갖고자 어렵게 노력하시는 분들의 모임입니다.
http://www.agaya.org 로 가보시면 그분들의 활동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저도 몇 년 전에 이곳에 열심히 들락거렸습니다. 지금은 이사로 있습니다.
난임으로 고생하시는 모든 분들이 하루빨리 임신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좀 늦긴 하지만 언젠가는 분명 엄마 품을 찾아올 겁니다.
그날을 그리며 몸 관리 잘하셔서 예쁜 아기 맞이하시길 빕니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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