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4] 우리말) 금슬과 금실

조회 수 3430 추천 수 0 2016.03.15 07:19:20

지금은 부부간의 사랑을 이를 때 '금슬'도 바르고 '금실'도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알파고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괜히 구글 선전만 해주는 것 같아서...

내리 세 판을 졌던 이세돌 사범이 드디어 한 판을 이겼습니다. ^^*
세 판을 진 뒤, "인간이 진 것이 아닌 이세돌이 졌다."는 말을 했을 때는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역사에는 사람이 진 게 아니라 인류의 진보로 기록될 것이지만, 지는 순간은 힘들었을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어제는 이겼습니다. 괜히 눈물이 글썽이더군요. ㅠㅠ
오늘은 쉬고 내일 다섯째 판이 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

어제 오전에 텔레비전을 보는데 타이타닉에 탔던 한 부부가 살 수 있는 보트를 포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양보했다면서 '금슬 좋은 부부'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금슬'은 비파 금 자(琴)와 거문고 슬 자(瑟)를 써서 "거문고와 비파를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이 말은 거문고와 비파의 음률이 잘 어울린다는 뜻인 '금슬지락(琴瑟之樂)'에서 왔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음운 변화와 뜻이 바뀌면서 지금은 "부부간의 사랑"을 나타낼 때 '금실'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말인 '금슬'과 함께 '금실'도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문고와 비파를 나타낼 때는 원래대로 '금슬'을 써야 합니다.)

금슬 좋은 부부.
둘 사이에 얼마나 다정하면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을까요?
저도 금슬 좋은 부부인지를 생각해봅니다. ^^*

고맙습니다.


보태기)
제 기억에 2~3년 전까지만해도 부부간의 사랑을 이를때는 '금실'만 바르고 '금슬'을 틀렸습니다.
근데 지금은...
어쨌든, 지금은 부부간의 사랑을 이를 때 '금슬'도 바르고 '금실'도 맞습니다. ^^*

아래는 2009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외래어표기법 받침]


안녕하세요.


해남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는데,

이곳 수원은 햇볕이 쨍쨍 이네요. 


기획실에 있다 보면 이곳에서 나가는 거의 모든 문서를 다 보게 됩니다.

그 문서에 쓰인 글의 문법이 거의 다 맞지만,

가끔 맞춤법에 맞지 않는 낱말이나, 앞뒤가 맞지 않는 어색한 월이 들어 있기도 합니다.

특히 자주 틀리는 게 바로 외래어 쓰기입니다.

외래어표기법이 엉망이라서 그런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어찌 되었건 공무원이 만드는 공문서에 맞춤법이 틀린 게 들어 있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외래어를 우리말로 나타낼 때 받침은 딱 7개만 쓰게 되어 있습니다.

ㄱ, ㄴ, ㄹ, ㅁ, ㅂ, ㅅ, ㅇ 이렇게 일곱 개입니다.

ㄷ을 받침으로 쓰지 않습니다.

이것만 봐도 '로케ㄷ'이 아니라 '로켓'이 맞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ㄷ을 쓰지 않는 까닭은,

뒤에 다른 말이 붙었을 때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rocket를 로켓으로 쓰면 뒤에 '을'이 와도 [로케슬]로 소리 내면 되지만,

로케ㄷ으로 쓰면 뒤에 '을'이 왔을 때 [로케들]로 소리내야 됩니다.

옳은 소리(발음)는 [로케슬]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외래어를 우리말로 나타낼 때 받침은 일곱 개만 씁니다.

ㄷ을 받침으로 쓰지 않는다는 것을 꼭 알아두십시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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