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9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한가하다와 느긋하다]
안녕하세요.
새벽 5시에 나와 급한 불 좀 끄고 나니 지금 이 시간이네요.
좀 한가로이 살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
저는 요즘 중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공부하는 것도 사는 재미 가운데 하나더군요. ^^*
어제 들은 이야기입니다.
요즘 중국은 간자체라는 한자를 쓰는데, 이 글자체에는 중국의 문화와 중국의 넋이 들어 있지 않다고 하여
다시 예전의 글자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의 글자는 바로 우리가 쓰는 그런 복잡한 한자를 말합니다.
언젠가 말씀드렸듯이
우리가 쓰는 말과 글에는 우리의 삶과 넋이 오롯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말을 쓰면 그 순간만큼은 우리를 짓밟은 일본의 넋이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이고,
좋은 우리말을 두고 한자를 쓰면 아직도 중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옛날이 생각나고,
언죽번죽 영어를 쓰면 내 넋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겁니다.
앞에서 느긋하고 한가로이 살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겨를이 생겨 여유가 있다."는 뜻의 한가는 막을 한 자(閑)와 겨를 가(暇) 자를 쓴 한자말입니다.
이보다는 '한갓지게'나 '느긋하게'가 더 좋습니다.
저는 한갓지고 느긋하게 살고 싶습니다. ^^*
스스로 얼마나 마음을 쓰느냐에 따라 우리말을 찾아 쓰고 다듬을 수 있다고 봅니다.
더 나은 말과 더 깨끗한 말, 더 고운 말을 찾아 쓰고자 힘쓰는 것은
내 삶과 내 넋을 깨끗하게 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